승리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투구수는 70개. 그저 아프지만 말고 컨디션 조절만 하라는 것이 김시진(53)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경기 후 웃었다. 팀 승리를 이끌며 승리투수가 됐다.
넥센 히어로즈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왼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524일 만에 선발 등판한 '좌완 영건' 선발 강윤구(21)의 호투에 힘입어 6-2로 완승을 거두며 연패를 설욕했다.
이날 승리로 넥센은 48승2무72패를 기록하며 승률 4할로 지난 18일 목동 삼성전 이후 세 경기만에 4할 대에 복귀했다. LG는 57승1무65패로 이날 삼성에 패한 4위 KIA(67승60패)와의 승차를 7.5경기로 유지했다.

무엇보다 오늘 경기에 초점은 강윤구에 맞춰졌다. 강윤구는 2009년 입단 후 선발 유망주로 주목 받았으나 지난해 9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지난해 4월 16일 청주 한화전 이후 524일 만의 선발 등판한 강윤구는 경기 초반 제구에 잠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오랜만에 복귀한 강윤구의 투구에 동료 타자들이 높은 집중력을 보이며 승리를 선물하려는 듯 했다.
선취점은 넥센이 올렸다. 넥센은 1회 선두타자 고종욱이 LG 선발 유원상을 상대로 좌월 2루타로 출루했다. 이어 김민서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유한준이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득점이 무산되는 듯 싶었다. 그러나 박병호의 3루수 앞 땅볼 때 뜻하지 않은 LG 3루수 정성훈의 1루 송구 실책으로 1-0을 만들었다.
3회에는 넥센과 LG가 한 점씩을 주고 받으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 넥센은 3회 유한준의 1타점 적시타로 2-0으로 달아나자 LG가 3회말 이진영의 1타점 좌전 적시타로 2-1로 추격했다.

그러나 넥센은 5회 홈런포 두 방으로 점수를 추가하며 승기를 잡았다. 5회 선두타자 지석훈이 볼카운트 1-2에서 유원상의 139km 직구를 끌어당겨 좌월 솔로 홈런을 날렸다. 넥센은 계속된 2사 1,3루 찬스에서 코리 알드리지가 유원상의 초구 129km 포크볼을 끌어당겨 우월 스리런 홈런을 폭발시켰다. 앞선 두 타석에서 포크볼에 삼진과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으나 이번에는 홈런으로 되갚았다.
LG는 5회말 1사 1,3루에서 이진영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에 있던 오지환이 득점에 성공하며 한 점을 추격하는데 그쳤다. 이후 넥센은 선발 강윤구에 이어 이보근, 오재영이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6-2로 승리를 지켜냈다.
넥센 선발 강윤구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3탈삼진 2사사구 2실점을 기록하며 지난해 3월 28일 사직 롯데전 이후 543일 만의 선발승을 거뒀다. 강윤구는 직구 최고구속 142km를 기록했다. 비록 최고구속 150km를 던지던 예전 직구 구속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제구에서 안정감을 보였다. 변화구는 슬라이더, 서클 체인지업, 커브 등을 활용했다. 투구수는 70개(스트라이크 42개+볼 28개)를 기록했다.
넥센 전력분석팀 역시 "강윤구가 예전의 모습만큼은 아니지만 수술 전의 70~80% 정도로 회복한 것 같다"면서 "특히 슬라이더 제구가 잘됐다"고 평가했다.
넥센 외국인타자 코리 알드리지는 5회 스리런 홈런을 추가하며 올 시즌 20홈런을 기록했다. 알드리지는 한국무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20홈런을 돌파했다. 시즌 초 퇴출 위기, 그리고 현재 왼 어깨 통증을 겪으면서 홈런을 기록해 내년 시즌 재계약 가능성을 높였다.
반면 LG 선발 유원상은 또 다시 5회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4⅔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7피안타 1사사구 6실점(5자책)으로 무너지며 조기 강판됐다. 유원상은 최근 3차럐 선발 등판에서 5회에 무너졌다. 지난 6일 LG 이적 후 첫 선발 경기인 잠실 두산전에서 4⅓이닝만 소화했다. 11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1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16일 잠실 SK전에서도 4⅓이닝 3실점을 기록하며 3경기 모두 패전투수가 됐다. 오늘까지 4경기 연속 5회를 넘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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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