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용의 '더 캐치', 롯데 2위 탈환 이끈 결정적 수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23 07: 01

절로 '더 캐치(The catch)'가 떠오르는 환상적인 수비였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황성용(28)이 외야 수비 두 번으로 팀의 2위 탈환에 1등 공신으로 우뚝섰다.
황성용은 22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최종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했다. 20일 경기에서 주전 우익수 손아섭이 오른쪽 발목에 가벼운 부상을 입어 그 자리를 채웠다. 주로 외야 백업으로 나서는 황성용의 시즌 성적은 61타수 10안타 타율 2할 8리 5타점. 이날 역시 타석에서는 3타수 무안타 1볼넷에 그쳤다. 그렇지만 황성용은 환상적인 외야 수비 두 번으로 팀 승리의 키 플레이어 역할을 소화했다.
1954년 월드시리즈 1차전. 뉴욕 자이언츠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맞붙은 경기에서 양 팀은 경기 막판까지 2-2로 팽팽히 맞서 있었다. 그리고 8회초 클리블랜드는 무사 1,2루 기회를 맞았고 타석에 선 빅 윌츠는 중견수 쪽으로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누구나 싹쓸이 2루타를 생각했을 때 중견수 윌리 메이스는 한참을 뒤로 달려갔고, 결국 머리 앞쪽으로 떨어지던 타구를 잡아냈다. 그리고 2루에 정확히 송구, 이미 스타트를 끊은 2루 주자까지 잡아냈다. 자이언츠는 그 경기를 이겼고 결국 전적 4-0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차지했다. 그리고 윌리 메이스의 놀라운 수비는 야구 팬들에게 '더 캐치'로 불리며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황성용 역시 메이스에 못지 않은 수비를 보여줬다. 첫 번째 호수비는 3-0으로 앞선 2회 나왔다. SK 선두타자 박정권이 송승준의 공을 공략, 솔로포를 터트려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다음 타자 박진만은 우익수 앞 안타성 타구를 날렸지만 황성용이 앞으로 달려나오며 다이빙 캐치로 공을 건져내는 데 성공했다. 뒤이어 정상호의 우월 솔로포가 나왔기에 만약 황성용이 호수비를 펼치지 못했다면 정상호의 홈런포는 투런이 될 가능성이 있었다.
말 그대로 '더 캐치'라 부를 만한 수비는 5회 나왔다. 3-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롯데는 SK 선두타자 최윤석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다. 정근우가 삼진으로 물러나고 타석에는 임훈이 들어섰다. 임훈은 송승준의 초구를 도끼로 찍듯이 받아쳐 우익수 머리 위로 날아가는 큰 타구를 날렸다. 1루 주자 최윤석은 안타를 확신하고 스타트를 끊은 상황. 황성용은 타구를 보자마자 펜스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리 위를 지나는 공을 펜스 바로 앞에서 점프하며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놀라운 수비지만 황성용은 펜스에 몸을 한 번 부딪힌 후 곧바로 1루에 공을 뿌렸다. 황성용의 송구는 원바운드로 1루수 이대호의 글러브에 그대로 들어갔고 1루 주자 최윤석은 덕아웃으로 발길을 돌려야했다. 임훈이 타격을 하는 순간 실투임을 알고 마운드에서 주저앉았던 선발 송승준은 황성용의 수비를 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공을 포구하는 장면부터 스타트를 끊은 주자를 정확한 송구로 잡아내 병살 플레이로 연결시킨 장면까지, 메이스의 수비와 정말 흡사했다.
황성용의 호수비가 더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바로 2위 싸움에 결정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5회 임훈의 타구를 놓쳤으면 롯데는 동점을 허용했을 것이고 경기 흐름 상 역전 위기를 맞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날 승리로 롯데는 SK를 다시 3위로 밀어내고 하루 만에 2위 자리에 복귀했다. 이때문에 경기가 끝난 뒤 롯데 양승호 감독은 "특히 황성용 선수가 임훈 선수의 타구를 잡아준 게 승리의 요인"이라고 황성용의 놀라운 수비에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경기가 끝난 뒤 황성용은 5회 호수비 상황에 대해 "코칭스태프가 시프트를 지시해서 평소보다 조금 뒤로 가서 수비한 것이 호수비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속 2군에 있으면서 야구 경기를 많이 못 뛰었는데 최근 계속 경기에 나오면서 수비에 자신감이 생겼다"고 답했다.
한 야구 관계자는 황성용의 수비를 두고 "만약 롯데가 2위로 시즌을 마친다면 가장 결정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고의 플레이로 모든 이의 주목을 받은 황성용. 메이스의 '더 캐치'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 것과 마찬가지로 황성용의 호수비가 롯데를 해피엔딩으로 이끌지 결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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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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