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잘해서 절 기억하실 수 있도록 해놔야죠".
넥센 히어로즈의 유망주 외야수 고종욱(22)은 최근 야구 대표팀에 차출됐다. 그러나 기분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아 보였다.
고종욱은 지난 20일 팀 동료 윤지웅과 함께 오는 10월 2일부터 15일까지 파나마에서 개최되는 제39회 야구월드컵에 참가할 국가대표팀 선수로 뽑혔다. 올 패넌트레이스가 10월 6일날 끝나기 때문에 고종욱은 사실상 올 시즌을 마친 셈이다.

지난해 제5회 세계대학야구선수권대회에 차출되기도 했던 고종욱은 올해 성적을 인정받아 다시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그러나 시즌 종료까지 11경기를 남겨놓고 당장 23일 1군에서 빠져야 하는 고종욱의 심경은 복잡했다.
22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둔 고종욱은 "장기영 선배가 없는 틈을 메우고 싶었는데 이렇게 시즌을 마치게 되서 팀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며 "사실 조금 아쉽다"고 말했다. 고종욱은 장기영이 21일 손등 부상으로 경기 중 빠진 중견수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22일에는 1번타자 중견수로 선발출장했다.
고종욱은 "오늘(22일) 경기에서 꼭 큰 활약을 해서 내년까지 저를 기억할 수 있도록 해놔야 한다"며 경기 전 굳은 각오를 다졌다.
이를 의식한 듯 고종욱은 1회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유원상의 5구째를 받아쳐 3루 베이스를 스쳐 흐르는 2루타를 터뜨렸다. 고종욱은 김민성의 희생번트로 3루를 밟은 데 이어 박병호의 3루수 땅볼 때 상대 3루수의 실책을 틈타 홈으로 쇄도하면서 팀의 첫 득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의 활약은 거기까지였다. 고종욱은 세 타석 연속 삼진에 이어 마지막 타석에서 투수 땅볼로 물러나면서 이날 5타수 1안타에 머물렀고 시즌 타율도 2할5푼에서 2할4푼8리로 떨어졌다.
경기 후 만난 고종욱은 "어쩌겠어요. 대표팀 가서 잘해야죠"라며 웃어보였지만 얼굴에 아쉬움이 가득했다. 올 시즌 팀에서 두각을 나타낸지 얼마 되지 않아 그 기회마저 놓치게 된 그는 아무래도 미련이 남는 듯 했다. 고종욱은 23일 팀내 스케줄을 소화한 뒤 휴식을 취하고 25일 대표팀 창단식을 갖는다.
경기고-한양대 졸업 후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9번으로 넥센에 지명된 고종욱은 지난해 신인 중 발이 가장 빠른 선수라는 평을 들었다. 올 시즌 안타 26개 중 10개가 2루타 이상일 정도로 장타력도 갖췄다. 6월까지 타율이 1할7푼9리에 머물렀으나 8월 6일 1군 복귀 후 8월에만 3할3푼3리의 맹타를 휘둘렀다. 9월에는 2할8푼1리를 기록했다.
그러나 아직 몸쪽 변화구에 약하고 주루 능력이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꼽히는 고종욱은 앞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고 자신도 대표팀에 차출되면서 올 시즌을 접게 된 고종욱이 올 겨울 마무리 훈련과 전지 훈련을 통해 어떤 성장을 이루게 될지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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