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SK 와이번스와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 덕아웃.
롯데 양승호(51) 감독은 타격 훈련을 마치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던 주전 포수 강민호(26)을 불러세웠다. 양 감독은 강민호에게 웃으며 "너희집 양계장 하냐?"라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유는 이렇다. 21일 양 팀의 3연전 가운데 두 번째 경기에서 SK가 3-2로 박빙의 리드를 지키던 7회 추가점 기회를 맞았다. 선두타자 박재홍이 2루타를 치고 나갔고, 이어 정상호의 번트로 1사 3루가 만들어졌다. 이때 타석에 선 최윤석은 볼카운트 0-3인데도 불구하고 진명호의 원바운드성 공에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공은 방망이에 맞지 않고 블로킹을 시도하던 강민호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갔다. 속된 말로 '알을 깐' 것. 그 사이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롯데는 뼈아픈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양 감독은 강민호의 블로킹이 미숙했던 것을 "양계장 하냐"라는 말로 웃으며 지적한 것이다. 강민호가 머쓱하게 웃으며 덕아웃으로 들어가자 양 감독은 "사실 (강)민호가 고생 정말 많이 하지. 아마 8개 구단 포수 중에 제일 많이 뛰었을 걸"이라며 강민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실제로 강민호는 양 감독의 말대로 8개 구단 주전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수비 이닝을 소화했다. 22일 현재 강민호는 총 961이닝의 수비하며 2위 LG 조인성(893이닝)과 3위 두산 양의지(834이닝)보다 훨씬 앞서있다. 결국 강민호는 체력적으로 부쩍 힘들어하는 모습을 드러내며 8개 구단 주전포수 가운데 14개의 실책을 범해 2위인 KIA 차일목(7개)보다 두 배 많은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
양 감독은 강민호 대신 장성우를 기용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아쉽다는 뜻을 드러냈다. 양 감독은 "장성우도 쓰고 해야 하는데 7월과 8월달엔 한창 4강 싸움 한다고 해서 강민호를 계속 썼지, 지금은 또 2위 싸움하고 있어서 상항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 장성우는 171이닝을 소화해 강민호의 체력적 부담을 많이 덜어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장성우가 243⅔이닝을 소화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출전 시간이 많이 줄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강민호를 중용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결정적으로 타격의 차이다. 22일 현재 강민호는 431타수 123안타로 타율 2할8푼5리 18홈런 59타점으로 뛰어난 득점 생산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장성우는 55타수 13안타 타율 2할3푼6리 6타점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그마저도 최근 강민호의 체력 저하로 장점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양 감독은 "강민호가 많이 지치지. 그래서 요즘 방망이가 잘 안 돌아간다"며 안타까워했다. 실제로 강민호는 9월 17경기에서 타율 2할1푼7리 1홈런 7타점에 그치고 있다.
결국 강민호가 휴식을 얻기 위해선 롯데의 팀 성적이 빨리 결정돼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시즌 막판까지 2위 싸움이 계속 될것으로 예상된다. 시즌 막판 체력 부담이라는 벽을 만난 강민호. 그의 노력이 시즌이 끝났을 때 롯데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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