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에서 최근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투수 장영석(21)이다.
지난 2009년 2차 1번 전체 3순위로 넥센에 입단하며 대형 내야수로 기대를 모았던 장영석은 올 시즌 투수로의 전향을 선언했다. 실제로 투수 훈련을 거친 장영석은 지난 21일 1군 무대에 투수로 복귀한 뒤 이날 잠실 LG전에서 1이닝 동안 2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날 경기 전 장영석은 투수로 전향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은 조언을 해준 선배로 팀의 막강 마무리 투수 손승락(29)을 들었다. 내년 시즌 선발을 희망한다던 장영석에게서 손승락이 거론된 것은 의외였다.

장영석은 "손승락 선배가 야수에서 투수로 전향한 경험이 있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23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만난 손승락은 장영석의 말을 전하자 "그냥 먼저 경험을 한 게 있으니까 몇 마디 이야기해준 것"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대구고-영남대 졸업 후 2005년 현대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손승락은 고등학교 때까지 유격수로 경기에 나섰다. 손승락은 "당시 고등학교 팀에 투수가 모자라서 감독님이 가끔 돌아가면서 마운드에 올리셨다"며 "몇 번 던지다 보니 계속 스피드가 늘어서 대학교를 아예 투수로 진학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수 전향 선배' 손승락은 "장영석의 볼이 좋다. 투수로 잘 전향했다고 생각한다"며 장영석의 투수 전향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손승락은 "포지션을 바꾸는 것이 쉬운 게 아니다"라며 "특히 투수는 세게만 던진다고 잘되는 것이 아니다. 스트라이크만 넣는다고 해서 좋은 투수도 아니다. 볼을 잘 던지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장영석에게 조언했다.
손승락은 "투수는 마운드에 서면 재미를 느껴야 한다. 타자와 싸우는 방법을 알게 되면 재미있다. 하지만 자꾸 맞고 피하다 보면 마운드에 서는 것이 싫어질 것"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본인은 어땠을까. 손승락은 "나는 재미를 느끼기까지 대학교 4년에 이어 프로에 와서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며 투수로서의 성공이 쉽지 않았음을 밝혔다. 손승락은 선발로 등판하다 지난해 제대 후 마무리로 보직을 바꿔 맹활약하며 26세이브로 구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손승락은 "장영석은 투수로서의 즐거움을 좀 더 빨리 느껴서 더 좋은 투수가 되길 바란다"며 "우리 팀에는 감독님, 투수코치님 등 좋은 투수를 만들어줄 수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영석이는 빠르면 1~2년 안에도 그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한다"고 팀내 투수 후배가 된 장영석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손승락은 마지막으로 "지금 장영석에 가장 필요한 것은 기초다. 먼저 투구폼을 갖춰나가야 하고 다음으로 제구력을 높인 뒤 볼을 잘 던져 타자를 유인하는 법을 익히는 게 수순"이라며 장영석에게 '투수 수업 매뉴얼'을 제시했다.
'투수 조련사'로 불리는 김시진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가 있는 넥센은 투수들의 화수분이라고 불린다. 고원준, 장원삼, 문성현. 김성현 등 수많은 투수들을 성장시킨 두 지도자가 흔치 않은 투수 전향 선수 장영석의 조련에도 성공을 거둘지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접 해본 경험자의 이야기다. 손승락의 경험에 비춰본 장영석에 대한 조언은 앞으로 수많은 시련과 막막함에 부딪힐 장영석에게 피부에 와닿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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