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좋다"며 내년 시즌에도 넥센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고 싶어하는 코리 알드리지(32)가 올 시즌 20홈런을 기록하며 김시진(53) 감독의 행복한 고민 덩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알드리지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5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팀이 3-1로 앞선 5회 우월 스리런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6-2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덕분에 알드리지는 올 시즌 109경기에서 20홈런을 달성해 홈런부문 3위가 됐다. 한국무대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20홈런을 기록했다는 것은 타율이 2할4푼3리에 그쳤지만 파워 만큼은 인정해 줄 수 있는 부분이다. 타점도 71개가 되면서 클러치 능력도 인정받았다.

특히 한국에서 생활에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알드리지는 아직까지 내년 시즌 재계약에 대한 언질을 받지 못해 조금은 답답한 심정이다. 이 때문에 이날 경기 전 알드리지는 김시진 감독에게 투정 섞인 애교를 부리며 재계약에 대해 어필했다.
사연은 이랬다. 경기시작 한 시간여를 앞두고 넥센 덕아웃에서 알드리지와 김시진 감독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요즘 알드리지가 진통제 4알씩 먹고 경기에 뛴다"고 말하자 "알드리지, 아파"라고 물었다.
그러자 알드리지는 왼 어깨를 가리키며 "앞쪽이랑 뒤쪽이 아프다. 지금 발목도 안 좋다"면서 한국말로 "아파"라고 말하며 김 감독에게 애교를 떨었다. 김 감독은 알드리지 어깨를 한번 안마해준 뒤 머리를 가리키며 "아프지만 정신력으로 버텨보라"고 주문했다.

알드리지 역시 "알았다. 지금 아프지만 미국에 돌아가서 한달 동안 재활을 하면 내년에 다시 한국에서 뛰는데 문제가 없다. 이미 의사랑 어떻게 치료와 재활을 할 지 상의도 마쳤다. 겨울에는 LA 에인절스에서 뛰고 있는 한국계 행크 콩거와 같이 훈련할 것"이라며 김시진 감독에게 구체적인 비시즌 계획까지 설명했다.
이 말을 들은 김 감독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재계약과 관련해 특별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불과 몇 분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물론 알드리즈는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었기에 어떻게 해서든 김시진 감독에게 어필하고픈 마음이 강했다. 그러자 곁에서 누군가가 "알드리지, 오늘 홈런 2개 치면 내년에도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자 김 감독은 "오늘 2개 치면 내가 대구까지 업고 간다"며 등을 가리켰다.
이 말을 들은 알드리지는 "정말이냐? 그럼 오늘 2개 치겠다. 감독님 지금 허리 아파서 날 업기 힘들다. 감독님 정말 괜찮겠어요?"라며 농을 던졌다. 그러자 김 감독은 "괜찮다"며 홈런만 치라는 표정을 지었다.
비록 알드리지는 경기 전 약속한 홈런 2개를 치는데 실패했지만 2개보다 값진 스리런 홈런 한방에 김시진 감독을 웃게 했다. 경기 종료 후 김시진 감독도 "알드리지의 홈런의 승부의 결정적이었다"고 칭찬했다.
넥센은 내년 시즌 외국인선수 구상에 대해 투수력 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때문에 선발투수를 두 명으로 가져갈 의향도 있다. 그럴 경우 알드리지와 재계약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10승을 보증할 수 있는 선발 투수를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상황에 따라서 알드리지와 재계약도 가능한 상황이다.
알드리지는 "개인 기록 20홈런을 달성한 것도 기쁘지만 팀 승리에 보탬이 된 것이 더 기쁘다. 지난 2달 동안 어깨가 아팠지만 매일 기도를 한 것이 도움이 됐다"면서 "남은 시즌 동안 팀 승리에 보탬이 되어 내년에도 한국에서 뛰고 싶다"고 밝혔다.
만약 알드리지가 이날 홈런 2개를 몰아 쳤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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