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이닝만 바라보고 던지는 투수는 5이닝 투수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 7년차 우완 투수 양훈(25)은 이닝이터와 거리가 먼 투수였다. 지난해까지 6년간 한 경기 개인 최다 투구이닝은 6⅔이닝. 주로 중간계투로 활약했지만 선발로 나온 30경기에서 6이닝 이상 던진 경기는 고작 8경기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180도 달라졌다. 풀타임 선발로 첫 해를 보내고 있는 그는 6이닝 이상 던진 게 9경기나 된다. 7이닝 이상도 6경기이며 9이닝 완봉승과 10이닝 투구도 있었다.
지난 22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양훈은 7이닝 동안 110개 공을 던지며 5피안타 4볼넷 1사구 6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시즌 6승(9패)째를 따냈다. 올해 6승 중 5승을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막으며 거둔 것이다. 토종 투수 중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 경기가 양훈보다 많은 투수는 김선우(11회) 윤석민(10회) 류현진(8회) 뿐이다. 어느덧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29⅓이닝을 소화하며 데뷔 첫 규정이닝 진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무엇이 그를 바꿔놓았을까. 양훈은 "계속 길게 던지다 보니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진 느낌이다. 정민철 코치님이 선발은 될 수 있으면 길게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5이닝만 던지면 결국 5이닝만 던지게 된다고, 설령 못 던져도 최대한 길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이제는 길게 던지는 것이 익숙해졌고 체력적으로도 문제 없다"며 정민철 투수코치의 이야기를 꺼냈다.
결정적인 계기가 몇 차례 있었다. 데뷔 첫 9이닝 완봉승을 거둔 5월28일 잠실 두산전과 승리는 거두지 못했지만 10이닝 피칭을 한 7월5일 대전 LG전이 그랬다. 특히 10이닝을 던진 LG전이 양훈에게는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그는 "정민철 코치님이 그때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교체 타이밍에도 벤치를 막고 믿어주셨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정민철 코치도 같은 생각이다. 정 코치는 "요즘 투수들은 유리 어깨가 된지 오래다. 투구수뿐만 아니라 이닝만 보고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고 생각하는 투수들도 있다. 5이닝만 바라보고 던지는 투수는 결국 5이닝 투수밖에 되지 않는다"며 "훈이도 원래 5회만 넘기면 되는 투수로 있었다. 하지만 한 번 고비를 넘기고 깨달은 뒤 달라졌다. 이제는 7이닝 이상 충분히 던질 수 있는 선발이 됐다"고 설명했다.
풀타임 선발 첫 해 양훈은 6승9패 평균자책점 4.45를 기록 중이다. 최근 4경기에서 3승을 쓸어담았다. 양훈은 "정민철 코치님께서 승수에는 크게 연연하지 말고 꾸준히 내 공을 던지며 이닝을 채우면 좋은 결과가 따른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도 "그 덩치에 그 정도는 던져야 한다"며 양훈의 성장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벤치의 믿음과 격려가 수준급 이닝이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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