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가 영화 ‘투혼’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투혼’은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등 대한민국 코미디영화의 대가로 불리는 김상진 감독의 10번째 작품. 욕설과 폭력이란 악센트를 뺀 김 감독의 첫 휴먼 코미디 작품이다.
극 중 김선아는 왕년의 슈퍼스타에서 고물투수로 전락한 뒤 사고만 치고 다니는 남편 ‘윤도훈’(김주혁)에게 ‘인간이 되는 법’을 일깨워주는 그림자 같은 아내 ‘오유란’ 역을 맡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또 시한부 인생이다.
김선아는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여인의 향기’에서 6개월 선고를 받고도 당차게 삶을 개척해 가는 암 환자로 호연, 배우로서의 진가를 입증한 바 있다.
‘여인의 향기’ 속 ‘연재’로 분한 김선아는 그 간 돈 때문에, 시간에 쫓겨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삶의 희망을 찾는 것은 물론 사랑까지 쟁취하는 당당한 여성을 연기해 냈다.
히트작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보였던 건강한 몸매를 제외한다면 ‘여인의 향기’ 속 연재는 삼순이처럼 억눌려 있던 여성의 욕구를 시원하게 분출시키고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는 닮고 싶은 여성상 그 자체였다.
‘투혼’의 오유란 역시 김선아의 트레이드마크인 ‘휴먼’이 그대로 녹아있는 캐릭터다. 처음으로 기혼자이자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늘 맡 언니처럼, 마음 넓고 속 좋은 이웃집 언니 같은 연기로 대중을 품었던 김선아는 낯설지 않은 모습으로 어머니의 역할까지 소화해 냈다.
마른 몸, 수척해진 얼굴, 핏기 없는 입술에서 자신을 떠나보내야 하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오유란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의 자화상이자 나의 어머니를 떠올렸음에 틀림없다.
연재와 유란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사는 인물이지만 김선아가 연기한 두 인물은 전혀 다른 색깔로 다른 의미의 감동을 선사한다.
“또 시한부 인생이야?”라는 질문에 김선아는 “영화, 드라마가 한 달 차이로 들어왔다. 시한부라는 설정 때문에 망설였지만 캐릭터가 너무 달라 선택했다”고 답했다.
김선아가 여성의 마음을 대변하는 ‘공감녀’로 오랜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건 늘 새로움을 추구하면서도 대중, 관객들에겐 똑같이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김선아가 연기한 우리네 엄마의 모습에서 대중은 삼순이와 연재에게서 느꼈던 희망과 사랑을 다시금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주혁, 김선아가 열연한 ‘투혼’은 오는 2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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