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비해 불안한 제구였고 몸 상태도 평소보다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선발로서 제 몫을 해내며 팀 12년 만의 국내 투수 한 시즌 15승 기록을 올렸다. '써니' 김선우(34. 두산 베어스)는 그렇게 투지를 불태우며 시즌 15승(7패, 23일 현재) 째와 전 구단 상대 승리에 성공했다.
김선우는 23일 대전 한화전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동안 112개(스트라이크 60개, 볼 52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4개) 2실점으로 7-2로 앞선 7회 고창성에게 바통을 넘겼다. 7회 팀이 4실점하며 추격권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승패는 뒤바꾸지 않은 덕택에 김선우는 시즌 15승 및 개인 7연승을 달렸다. 최고 구속은 146km에 평균자책점은 3.18로 약간 내려갔고 이는 8개 구단 전체 투수들 중 7번째 전 구단 상대 승리 기록이다. 개인에게는 한 시즌 15승과 전 구단 상대 승리가 모두 처음이다.

특히 이날 승리로 김선우는 1999년 마무리 진필중(한민대 투수코치) 이후 12년 만의 팀 국내 투수 한 시즌 15승 기록에 성공했다. 선발 투수로 따지면 지난 1995년 김상진(SK 투수코치)-권명철(LG 투수코치) 이후 16년 만이다.
예전과 차이점이 있다면 팀 순위. 1995년 전신 OB는 그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양대리그제였던 1999년 두산은 한화에 플레이오프 패퇴하기는 했으나 그 해 드림리그 1위를 차지했던 바 있다. 그러나 올 시즌 두산은 시즌 전적 55승 2무 65패로 6위에 머물러 있다. 이미 산술적으로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0이 되었다.
그러나 김선우가 선발로서 15승을 따냈다는 점은 앞으로 팀 투수 유망주들의 본보기가 되기 충분하다. 보스턴-몬트리올-워싱턴-콜로라도-샌프란시스코 등을 거쳤으나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전전하는 투수로 전성 시절 제 위력을 다하지 못한 김선우는 2008년 두산에 입단했으나 첫 2년 간 직구 위주의 투구로 호평을 받지 못했다.
성실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2008시즌 전 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며 어깨 부상이 찾아오기도 했고 무릎 통증이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자존심 강한 성격 상 그는 자신의 150km대 빠른 직구로 타자를 압도하려했다. 그러나 국내 타자들은 컨택 능력을 발휘하며 김선우를 괴롭혔다.
2009시즌까지 자신의 투구 패턴을 고집했던 김선우. 그러나 그는 2010시즌부터 직구보다 떨어지는 구종을 활용하며 상대 타자들의 기운을 꺾었다. 지난 시즌 13승을 올리며 켈빈 히메네스(라쿠텐)와 함께 원투펀치 노릇을 한 김선우는 올 시즌 15승 째를 거두며 12승을 올린 더스틴 니퍼트와 제대로 에이스 위용을 뽐냈다.
팀이 여러 악재 속 걷잡을 수 없는 추락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오랫동안 고수했던 투구 패턴을 바꾸며 에이스가 된 김선우의 활약은 분명 값졌다. 김광수 감독대행은 진짜 에이스가 된 김선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지난해부터 직구 위주 우직한 투구에서 탈피해 상대 타자를 수싸움으로 이기고자 하는 기교파 투구를 펼쳤다. 수싸움부터 이기고 들어가니 한층 안정된 투구를 유지하고 있다. 이용찬을 비롯한 젊은 투수들이 김선우의 모습을 배웠으면 한다". 힘으로 밀어붙이기보다 상대 허를 찌르는 허허실실 전략을 젊은 투수들도 배워야 한다는 김 감독대행의 이야기였다.
어린이는 어른을 보고 배우고 후배는 선배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간다. 투수진 맏형 김선우가 스타일 변화를 통해 거둔 2011시즌 15승. 이는 단순한 팀 내 기록 만이 아닌 후배와 동료들의 교본이 되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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