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최다타점' 이양기, "올해 쓴 배트, 갖다 버린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24 10: 39

"그 배트들은 전부 갖다 버려라".
한화 9년차 우타 외야수 이양기(30)는 전문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있다. 올해 데뷔후 처음 1군 풀타임으로 활약 중인 이양기는 84경기에서 타율 2할8푼7리 1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대타로 나와 46타수 14안타 타율 3할4리 12타점으로 유독 강했다. 볼넷 6개와 사구 2개를 포함한 대타 성공률은 4할8리. 대타 타점은 리그 유일의 두 자릿수로 전체 1위다.
그런데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홈런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185cm 88kg이라는 건장한 체격조건에 힘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이양기지만 올해 137타석에서 홈런이 하나도 나오지 않고 있다. 1군 통산 홈런은 2개. 힘을 잔뜩 모으며 공을 노리는 이양기의 타격 모습을 보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한대화 감독은 "가벼운 배트를 쓰기 때문에 타구가 뻗지를 않는다. 안타가 나와도 잘 맞은 것보다 코스가 좋은 타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양기는 무게 860g짜리 배트를 쓴다. 체격과 힘에 비해서는 가벼운 배트를 사용하고 있다. 이양기도 "가벼운 배트를 쓴다고 감독님께서 많이 지적하셨다. 860g 배트를 전부 갖다 버리라고 하셨을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시즌 중 배트 무게에 급격한 변화를 주기가 쉽지 않다. 이양기는 "올 시즌 마치면 900g 배트로 바꿀 것이다. 올해 쓴 배트는 전부 갖다 버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 감독은 "예전에 심정수가 가벼운 배트로 홈런을 많이 쳤는데 배트 스피드가 좋아서 그렇지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정수는 배트 무게가 가벼웠지만 배트 중심이 묵직했다"며 "타자들마다 각자 스타일이 다르다. 배트 스피드로 치는 타자가 있는가 하면 헤드 무게로 치는 타자도 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가 있는데 지금 이양기가 그렇다"고 덧붙였다.
물론 장타만 노리기 힘든 상황에서 많이 나온 것도 한 이유로 들만하다. 주로 승부처에 대타로 등장한 그로서는 출루를 하거나 주자를 불러들이는 게 급선무다. 큰 스윙보다는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이양기는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많은 타석에 들어섰는데 홈런이 하나도 나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며 "배트 무게를 늘리면 장타력이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한대화 감독도 "이양기는 거포 체형에 스윙 자체도 거포 스타일이다. 무게있는 배트에 적응한다면 분명 지금보다 장타력이 더 나아질 것이다. 올해도 대타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장타력을 키우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양기 역시 마찬가지 마음. 그는 "감독님 말씀대로 올 시즌이 끝나면 지금까지 쓴 배트들을 갖다 버리고 새로운 배트에 적응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 감독도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을 위해서 버리라는 것"이라며 웃어보였다.
전형적인 거포 체형과 외모를 자랑하는 이양기. 올해 대타 최다타점이라는 훈장에도 만족하지 않고 변화를 모색한다. 배트 무게를 늘린 내년에 진정한 거포 변신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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