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공 몇 개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되는데 왜 그리 힘든지…".
지난 16일 목동 두산 베어스전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우완 김수경(32)이 733일 만의 승리 도전에 실패한 뒤 넥센 구단 관계자는 한숨을 내뱉었다.
김수경은 지난 2009년 9월 13일 대전 한화전을 끝으로 승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현대 우승 시절 18승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던 '98년 신인왕' 김수경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의 부진 아닌 부진에 안타까워하고 있다. 올 시즌 그의 기록은 16경기에서 1패 60⅓이닝 25실점(24자책) 평균자책점 3.58로 그리 나쁜 편도 아닌데 유난히 승운이 없다.

다만 140km 후반대에 이르던 예전의 빠른 공은 더이상 볼 수 없다.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김수경의 직구 최고구속은 139km에 그쳤다. 대부분의 직구가 130km 중후반대에 형성됐다. 김수경의 주무기인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아직 위력적이지만 평범해진 직구는 김수경의 공을 타자들이 어려워하지 않게 만들었다.
1998년 그가 현대에 입단했을 때부터 코치로서 그를 지켜봐온 김시진(53) 넥센 감독은 현재의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김 감독은 팀 밖의 우려와 다르게 김수경의 피칭에 대해 큰 걱정을 하고 있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수경에게 스피드 향상을 바라지는 않는다. 지금 와서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며 "김수경은 베테랑이고 타자를 승부하는 노하우도 가지고 있어 강약만 잘 조절하면 충분하다"고 김수경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이어 "(김수경은) 최근 직구 구속이 137~141km에서 맴돌았는데 130km대가 더 많았다. 그런데도 잘 던졌다"면서 "만약에 거기서 2km 더 나온다면 금상첨화겠지만 130km대에서도 종속이 있으니 지금도 통한다"고 김수경의 피칭이 지금도 효과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김 감독은 김수경이 최근 직구와 주무기인 슬라이더에 의존하고 있는 것에 "투구패턴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자신있게 던져라. 그래야 타자들이 그 볼에 밀릴 수 있다"고 김수경에게 조언했다.
김수경은 올 시즌 선발 8번째 등판이었던 23일 대구 삼성전에서 4⅓이닝 3피안타(1홈런) 1탈삼진 3사사구 3실점으로 시즌 첫 패(무승)를 안았다. 공을 노리는 타자들을 피해 던지다보니 스트라이크 48개를 던지는 동안 볼이 42개에 달했다. 자연스레 투구수도 4⅓이닝 동안 90개로 지나치게 많았다.
이제 시즌이 얼마 남지 않았다. 김수경이 앞으로 남은 한 두 번의 등판 기회에서 2년 여 만의 승리를 낚기 위해서는 자신감 있는 피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시진 감독은 최근 "투수가 자신있게 뿌리는 공과 맞을까 걱정하며 던지는 공은 타자가 보기에도 차이가 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김수경이 예전의 위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그 말을 염두에 두고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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