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 끝내기' 한화, '끝내기 아웃'도 최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24 07: 03

올 시즌 한화 이글스의 경기는 8개 구단 모든 팬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경기 양상이 바뀔지 짐작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청주 롯데 자이언츠 전에서 한화는 카림 가르시아의 끝내기 투런으로 시즌 10번 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올 시즌 최다 기록이다. 하지만 한화는 이와 정반대의 기록 역시 보유하고 있다. 바로 3차례에 이르는 '끝내기 패배'다. 공식 기록으로 집계되는 기록은 아니지만 끝내기 패배는 9회 마지막 공격에서 뒤지고 있는 팀이 홈에서 동점 주자가 잡히는 경우다.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지옥에서 천당이지만 공격 측은 그만큼 허무한 일은 또 없다.
23일 대전에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한화는 5-7로 뒤진 9회말 공격에서 1사 후 장성호가 우전 안타로 살아 나가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최진행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났지만 가르시아가 볼넷을 얻어 1루에 걸어나갔다. 동점 주자가 나간 상황에서 한화 벤치는 가르시아 대신 발 빠른 대주자 김준호를 투입했다. 여차하면 1루 주자까지 홈으로 들어오게 하겠다는 계산.

한화 한대화 감독의 계산은 타석에 들어선 이대수가 좌익선상 2루타를 터트리며 딱 맞아 떨어진 것 처럼 보였다. 발빠른 대주자의 주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홈 까지 들어올 수 있는 타구. 하지만 1루 주자 김준호는 홈을 불과 3미터 남겨두고 넘어지고야 말았고, 황급히 일어나 다시 홈으로 들어갔지만 이미 공은 도착해 있었다. 최종 스코어 6-7, 허무한 끝내기 패배였다. 물론 이후 경기 양상이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홈에서 잡히며 역전을 노릴만한 기회조차 갖지 못한것이 아쉬웠다.
이처럼 한화는 올 시즌 기억에 남을만한 '끝내기 아웃'이 두 차례 더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모두 상대팀은 LG 트윈스였다.
첫 번째 경기는 5월 12일 잠실 LG 전이었다. 양 팀 투수들은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한화는 9회 초 0-1로 뒤진 채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선두 타자 이여상이 LG 마무리 김광수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내자 한화 벤치는 전현태를 대주자로 투입했다. 이어 장성호가 볼넷을 얻어 무사 1,2루를 만들어 역전 주자까니 출루에 성공했다. 득점 기회에서 최진행과 정원석이 범타로 물러났지만 이양기는 깔끔한 좌전 안타를 날렸다. 이때 전진 수비를 하고 있던 좌익수 '큰' 이병규는 정확한 홈 송구를 펼쳤고, 포수 조인성은 2루 주자 전현태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홈으로 가는 길목을 막고 있었다. 판정은 정확한 아웃. 얼떨결에 세이브를 챙긴 김광수는 웃었지만, 조인성과 충돌한 전현태는 눈두덩이가 찢어져 피를 흘리며 그라운드에 한동안 주저앉아 있었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는 보크 오심논란을 낳았던 순간이었다. 6월 8일 잠실 LG전에서 한화는 9회 마지막 공격까지 5-6, 또 한 점치로 뒤지고 있었다. 이때 대주자 정원석은 2사 이후긴 했지만 3루 까지 진루해 경기 결과를 짐작하기 힘들게 했다. 이때 정원석은 마운드에 선 임찬규의 빈틈을 노려 단독 홈스틸을 감행했지만 홈에서 조인성에 간발의 차로 잡히고 말았다. 그러나 4심이 카메라로 확인해 본 결과 임찬규의 투구는 명백한 보크였다. 게다가 홈에서 선언한 아웃 역시 오심. 그렇다고 해서 이미 지나간 경기를 되돌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KBO는 해당 경기의 심판에 대해 9경기 출장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한화는 13일 대전 KIA 타이거즈 전에서 시즌 누적 관중 40만 명을 돌파했다. 40만 관중 돌파는 한화 구단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비록 순위는 3년 연속 하위권에 머물고 있지만 리그 최다 10차례 끝내기를 보여줄 정도로 관중들에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여기에 관중들로 하여금 '극도의 허무함'을 이끌어내는 끝내기 아웃도 3차례나 당했다. 이래저래 임팩트 하나만큼은 최고인 한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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