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멀티포지션'과 지도자의 시각 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9.24 06: 58

전임 감독은 선수의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두며 '멀티포지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현재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대행은 주 포지션 능력 특화를 강조했다. 지난 6월 13일까지 두산 베어스 지휘봉을 잡았던 김경문 NC 다이노스 감독과 김광수 두산 감독대행이 바라보는 김현수(23)의 수비 위치. 그에 대한 시각차는 확연했다.
 
올 시즌 김현수는 120경기 2할9푼9리 12홈런 86타점(23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평균적인 관점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2008년 3할5푼7리로 타격왕이 된 뒤 기본적으로 3할 이상을 꾸준히 기록하던 김현수인 만큼 '아쉽다'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현수는 그 와중에서도 올 시즌 86타점(3위)을 올리고 있다.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된 가운데 김현수는 최근 수비 면에서도 일말의 아쉬움을 비췄다. 지난 22일 대전 한화전서 1루수로 선발 출장한 김현수는 5회말 카림 가르시아의 높게 뜬 내야 뜬공 타구를 놓치며 실책을 기록하고 말았다. 추가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모든 이들이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더욱 아쉬운 부분이었다.
 
사실 김현수는 2009시즌서부터 가끔씩 1루 수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은 당시 김현수의 1루 훈련을 지켜보며 "좌익수만이 아닌 1루수로도 뛸 수 있게 된다면 향후 현수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심타자가 고정된 포지션 출장이 아닌 상황에 따라 포지션을 다양화할 수 있다는 점은 일단 팀 전략에서 도움이 된다. 포지션 중첩 현상을 해결하면서 굳이 김현수를 제외하지 않는 방도 하에 공격 위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만일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해외로 진출할 경우 1루와 좌익수를 겸업할 수 있다는 점은 김현수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직도 일본 구단 스카우트들은 "김현수는 컨택 능력이 좋은 중장거리 타자다. 한국 타자들 가운데 가장 탐나는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서 이와세 히토키(주니치)의 공을 결정적 안타로 연결했던 장면도 그들의 기억에 선명한 가운데 멀티포지션이 가능하다면 선수의 가치 평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김광수 대행의 생각은 달랐다. 김광수 대행은 지난 21일 대구 삼성전과 22일 한화전서 김현수가 1루수로 선발 출장한 연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김)현수를 1루수로 쓰고 싶지는 않았다. 주전 1루수 최준석이 무릎 부상으로 고생 중인 가운데 고영민을 2루로, 오재원을 1루로 배치하고자 했으나 고영민의 컨디션이 좋은 편이 아니라 부득이하게 현수를 1루에 놓았다. 우익수 임재철의 페이스가 좋은 편이기도 했고". 당시 두산은 정수빈-이종욱-임재철로 외야 편대를 구축한 뒤 김현수를 1루수로 놓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1루수 자리는 '제2의 포수'라고 불릴 정도로 수비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왼손 타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좌타자의 당겨치는 타구를 수비해야 하고 팀 배팅 빈도가 많아지면서 우타자의 밀어치는 타구도 수비해야 한다. 번트 시 수비체계 변화에도 확실하게 대비해야 한다. '수비력이 떨어지는 거포가 1루에 선다'라는 선입견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김 감독대행이 주목한 것은 '수비 전문성'이었다. "1루수 김현수는 그다지"라며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김 감독대행. 김현수 또한 22일 실책에 대해 "내가 잘못한 것이다"라며 "내 원래 포지션은 좌익수"라고 답했다. 좌익수 자리가 가장 익숙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 실제로 경기 경험이 쌓이면서 좌익수 김현수는 여러 차례 호수비를 펼친 바 있다.
 
결과론이 아닌 과정과 예상되는 성장세를 찬찬히 살폈을 때 두 지도자의 의견은 모두 납득이 가는 이야기다. 김현수의 1루 출장에 물음표를 붙인 김 감독대행 또한 경기 전 가끔씩 김현수의 1루 수비 훈련을 지켜보기도 한다. '만일'이라는 접두어를 쉽게 뗄 수 없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김현수가 아직 더 성장할 선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타격 성장세는 최근 2년 간 약간 주춤한 감이 있었으나 좌익수 수비 면에서 날이 갈 수록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김현수가 앞으로 어떤 야수로 자라날 것인지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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