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은 투수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데뷔 첫 선발등판에 나서는 신인 투수를 바라보며 김진욱 불펜코치는 신중하면서도 기대감이 섞인 눈빛을 비췄다. 두산 베어스 신인 우완 안규영(23)이 데뷔 첫 패배를 당하기는 했으나 가능성이 내재된 투구를 선보이며 미래를 더욱 밝혔다.

안규영은 24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탈삼진 4개)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데뷔 후 다섯 번째 경기를 선발로 나선 안규영의 시즌 성적은 1패 평균자책점 8.47(24일 현재)이다.
경기 전부터 안규영의 패전 가능성은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올 시즌 최고 투수인 윤석민과의 대결이었기 때문. 그러나 안규영은 4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보여주는 등 경기 초중반 KIA 타선과의 맞대결서도 주눅들지 않는 활약을 선보였다.
볼 끝도 좋았다. 최고 147km의 직구는 마치 휘문고 선배 김선우의 직구처럼 끝에서 꼬리치며 흘러가는 듯 포수 미트로 흘러 들어갔다. 슬라이더도 때로는 각이 크게, 때로는 빠르게 떨어졌고 신무기 포크볼도 의외의 제구를 보여줬다.
경희대를 졸업하고 올 시즌 4순위로 입단한 안규영은 지난해 하계리그서 팀을 우승시키며 MVP가 되었다. 그러나 팀 입단 후 첫 마무리 훈련과 교육리그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국내에 잔류해 훈련하기도 했다.
특히 안규영은 지난 3월 19일 넥센과의 잠실 시범경시서 1⅓이닝 9실점한 라몬 라미레즈의 뒤를 이었다가 함께 난타당하며 아웃카운트 없이 3실점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후 안규영은 오랫동안 1군을 밟지 못했다. 8월 하순 어렵게 1군 기회를 잡은 안규영은 결정적인 순간 홈런을 내주는 경우도 있었으나 일단 볼을 남발하는 경우는 없다.
경기 후 안규영은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좋았고 직구가 잘 먹혔다. 스피드도 만족한다"라며 "변화구 특히 슬라이더나 포크볼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왼손 타자에게 포크볼을 던져 땅볼을 유도하려고 했는데 7회 1사 후 신종길에게 포크볼을 던졌다가 솔로포를 내준 점은 아직도 아쉽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래도 패한 경기였기 때문인지 못내 아쉬웠던 모양이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라는 고배를 마신 두산. 다음 시즌과 그 이후 권토중래에 성공하려면 또다른 투수 유망주가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기록보다 더욱 값진 경기 내용을 보여준 안규영의 선발패는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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