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단체 스포츠다. 1~2군 도합 60여명의 선수들이 6개월 넘는 기간 동안 133경기를 소화한다. 그래서 야구는 어느 스포츠보다 팀 케미스트리가 중요하다. 야구만 잘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화는 올해 7위에 머물고 있지만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무르며 팀 전체가 가라앉은 모습이었지만, 올해는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끈끈한 승부 근성으로 상대 팀들을 괴롭히고 있다.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10차례 끝내기 승리가 이를 증명한다.
비록 아깝게 역전 문턱에서 패했지만,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도 한화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한판이었다. 이날 한화는 5-7로 뒤진 9회말 2사 1·2루에서 이대수의 좌익선상 깊숙한 2루타로 동점를 만드는 듯했다. 그러나 1루 대주자로 나온 김준호가 3루를지나 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그만 다리가 꼬여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서 홈으로 내딛었지만 이미 공이 먼저 홈으로 들어온 뒤였다. 그대로 태그아웃. 6-7 한화 패배였다.

순식간에 패배의 장본인이 된 김준호. 지난 5월 LG에서 웨이버공시된 후 한화 부름을 받아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는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한동안 홈에서 엎드린 채 일어서지 못한 김준호는 고개를 들지 못하며 터벅터벅 라커룸으로 걸어갔다. 그때 최고참 강동우를 비롯해 고참 선수들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 강동우는 "최선을 다한 것이니 괜찮다"고 격려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김준호는 마음의 짐을 씻지 못했다. 도저히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실수. 하지만 그때부터 김준호의 휴대폰이가 불통나듯 울렸다. 선배와 후배를 가리지 않고, 한화 선수들이 그에게 격려 문자들을 보낸 것이다. 김준호는 "모든 선수들이 한 사람도도 빠짐없이 문자를 보내며 괜찮다고 격려해줬다. 이런 야구가 있으면 저런 야구도 있는 것이니 힘내라고 하더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한상훈은 "야구를 하다 보면 별에 별 일이 다 일어난다. 그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더 힘찬 내일을 준비하면 된다. 분명 준호 덕분에 우리팀이 이길 날도 오게 될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아줬다. 이어 그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가 준호한테 문자보냈다고 하더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화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김준호는 "큰 실수를 했는데도 선후배들이 따뜻하게 격려하고 신경써 줘 고마웠다. 정말 큰 힘이 됐다"며 고마워했다.
코칭스태프도 마찬가지. 김준호는 "코치님들도 그냥 잊고 털어내라고 말씀하셨다. 감독님께서도 웃으며 농담으로 편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한대화 감독은 "그런 이야기해 봤자 본인만 속상해 한다. 본인도 넘어지고 싶어서 넘어졌겠나.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김준호는 "감독님께서 웃으시며 '거기서 왜 자빠지냐'고 말씀하셨다. 정말 죄송했는데 조금이나마 부담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준호는 "팀의 6위가 걸린 경기에서 내가생각해도 너무 어이없는 실수를 해서 졌다. 어깨가 아픈 나를 받아준 팀인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선수단 전체의 격려에 힘을 얻은 그는 "나 때문에 진 만큼 나 덕분에 이겼다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홈을 불과 6~7m 앞두고 넘어진 그는 아웃됐다. 방출생 신분으로 어렵게 프로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그에게는 좌절의 홈이었다. 하지만 좌절에 빠져 있는 그를 선수단이 살렸다. 김준호는 다시 1루에서 홈을 향해 스타트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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