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에이스 윤석민(23)이 야구인생 정점에 올랐다.
윤석민은 지난 24일 광주 두산전에서 선발등판해 8회까지 9피안타 2실점으로 막고 시즌 17승을 따냈다. 다승, 방어율(2.45), 탈삼진(178개), 승률(.773) 등 투수 4관왕이 확정적이다. 트리플크라운이 포함된 4관왕은 해태 시절 선동렬 이후 20년만이다. 정규리그 MVP도 성큼 다가섰다. 입단 7년만에 최고의 투수가 된 비결은 무엇일까.
▲선발투수보장
윤석민은 지난 2005년 야탑고를 졸업하고 2차 1번으로 입단한 순간부터 KIA 마운드의 중심축이었다. 그러나 재능이 많은게 탈이었다. 중간, 마무리, 선발 등 모든 보직이 가능했기에 마당쇠처럼 마운드에 올랐다. 초반 3년은 불펜에서 뛰었고 선발로 전환했지만 종종 불펜투수로 나섰다. 안정된 선발투수 자리를 보장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을 앞두고 조범현 감독은 선발보장을 약속했다. 올해 27경기 가운데 25경기에 선발투수로 나섰다. 소방수와 미들맨으로 각각 한 경기 등판했을 뿐이었다. 무리시키지 않는 등판간격이 주어졌고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승수사냥의 발판이 됐다.
▲직구와 고속슬라이더
윤석민은 지난 2월 미야자키 휴가 전지훈련에서 시즌 21승에 도전하겠다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올해는 직구의 비중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너무 많은 변화구를 던져 오히려 직구의 위력이 떨어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직구와 슬라이더를 중심의 정통적인 볼배합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150km에 육박하는 직구가 위력을 떨쳤고 144km짜리 고속 슬라이더까지 더해지면서 구위에 힘이 붙었다. 특히 다른 투수들의 직구 구속을 능가하는 고속 슬라이더는 올시즌 윤석민의 성공을 보장하는 볼이었다.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볼배합은 몸에 무리를 가하지 않았다. 올들어 가장 많은 이닝(174⅓)을 소화했다. 물론 변화구도 적절히 섞어가면서 마운드에서 최고의 투수가 됐다.
▲류현진과 김광현의 부상
그는 올해 목표 가운데 하나로 류현진-김광현과의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는 것이었다. 두 투수는 나라를 대표하는 좌완 에이스로 인정을 받았다. 상대적으로 윤석민은 이들의 그림자에 가려있었다. 그런데 올해는 류현진과 김광현이 예전의 성적을 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10승7패 방어율 3.54를 기록했다. 어깨통증으로 공백이 있었다. 김광현은 투구밸런스 이상으로 시즌 내내 고전했다. 4승6패, 방어율 5.26을 마크했다. 두 투수 모두 데뷔 이후 가장 부진한 성적이었다. 어찌보면 쉬어가는 해라고 볼 수도 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이들 세 투수가 뜨거운 경쟁을 벌이지 못해 흥미가 반감됐다. 대신 윤석민이 마운드에서 독야청청하는 결과로 나타났다.
▲아쉬운 전구단 승리실패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목표로 삼았던 20승 등정에 실패했다. 토종투수로는 99년 정민태(현대)에 이어 12년만에 도전했으나 후반기들어 피로증세로 주춤했다. 정규시즌 등판을 마감할 것으로 보여 20승은 내년 혹은 내후년으로 미루게 됐다. 아울러 17승을 따내는 동안 롯데를 상대로 승리를 얻지 못했다. 2경기에 등판해 1패를 기록했을 뿐이었다. 어찌보면 옥의 티라고 볼 수 있다. 작년 시즌 조성환-홍성흔의 사구문제로 얻은 심적인 부담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다만 9월1일 사직경기에 중간투수로 등판하면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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