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치열한 2위 싸움의 희망 '계투진'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1.09.26 10: 33

SK 와이번스의 투수 운용은 '벌떼 마운드'로 대표된다. 선발이 승리투수 요건만 갖추면 그때부터 계투진들이 '떼'로 몰려나와 승리를 지킨다는 의미다.
그러나 올해 SK는 다른 때보다 그 효용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엄정욱이 마무리로 돌아서며 다소 부진하던 '여왕벌' 정대현이 불펜으로 보직을 바꿨고 고효준, 전병두, 송은범 등 선발과 롱 릴리프를 오가던 투수들이 지난해 만큼의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팀평균자책점(3.64)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위 자리를 삼성(3.37)에 내준 상태다.
최근 10경기에서 SK 마운드의 평균자책점은 4.92로 매우 높은 편이다. 특히 선발 평균자책점은 7.51에 이른다. 퀄리티스타트를 해낸 선수가 한 명도 없다. 6회를 넘긴 투수도 18일 문학 한화전 윤희상(6⅔이닝 5실점) 한 명에 불과하다. 반면 선발이 3회 이전에 강판된 경우는 무려 5번이나 된다.

그럼에도 SK가 10경기에서 6승(4패)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계투진의 역할이 크다. 이 기간 계투진의 평균자책점은 2.83에 불과했다. 그나마 신승현, 김태훈 등 신인 투수들을 시험대에 올렸던 22일 사직 롯데전(계투진 3이닝 9자책)을 빼면 1.21로 뚝 떨어진다. 게다가 6승 중 4승이 구원승이다.
 
특히 좌완 박희수(28)는 9월 들어 팀의 20경기 중 12경기에 출장하며 7경기 연속 비자책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시즌 선발로 깜짝투를 보였다가 손가락 물집 증상으로 마무리 변신한 우완 엄정욱(30)도 24일 LG전에서 동점 3점 홈런을 맞기 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중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만수(53) SK 감독대행은 2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날마다 기적으로 산다. 팀이 어떻게든 이기는 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선발진이 일찍 무너지는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계투진의 호투와 타선의 도움으로 팀이 무너지지 않고 2위 싸움을 해나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 대행은 "최근 선발투수들이 2이닝씩 정도밖에 소화를 못해주다보니 중간 투수를 넣느라 힘들다"며 "중간 투수들에게 요즘 미안해서 할 말이 없다"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했다. 이 감독대행은 "이제 시즌이 10경기 밖에 안 남았고 남은 경기들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중간 투수들에게 '조금 있으면 끝이다. 이제 조금 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해뒀다"고 덧붙였다.
SK는 25일 현재 66승2무56패 승률 5할4푼1리로 2위 롯데(68승5무56패)와 한 경기 차 3위를 유지하고 있다. 팀 타율(.266)에서 롯데(.285)와 비교도 되지 않는 SK가 끈질기게 롯데를 추격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안정된 마운드다. 롯데의 마운드도 올 시즌 눈에 띄게 좋아진 모습이지만 '명불허전' SK 벌떼 마운드의 위력은 계속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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