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라면 살면서 누구나 시련을 겪는다. 그러나 시련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중요하다. 슬기롭게 이겨내면 그 만큼의 성장이 있다.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23)이 가슴 속 시련과 부상을 떨쳐내고 화려하게 마운드로 복귀했다.
김광현은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 5⅓이닝 동안 7피안타 1탈삼진 2사사구 2실점을 기록했다. 105일 만의 선발승 요건을 갖췄으나 팀이 8회말 실책으로 3-4 역전패를 당하며 승리는 날아가고 말았다.
그러나 김광현은 과거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점이 있었다. 바로 완급조절이었다.

완급조절이란 공을 무조건 강하게, 빠르게만 던지는 것이 아니라 타자의 성향, 타순 그리고 당일 투수의 컨디션 등을 종합, 강하게 던질 때는 강하게 던지다가도 상황에 따라서는 약하게도 던져 타자와 상대하는 법을 말한다. 특히 김광현과 같은 선발 투수들의 경우 등판 때마다 100개가 넘는 공을 던져야 하기 때문에 힘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김광현은 한국을 대표하는 파워피처다. 187cm의 큰 키와 긴 팔, 높은 타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 그리고 공을 뿌리고 난 뒤 왼 다리가 하늘을 향해 올라가는 딜리버리 동작은 그의 전매특허다. 특히 그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자신감있게 공을 뿌린다. 바꿔 말하면 완급조절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김광현은 지난해와 올해 시련을 겪으면서 많은 것을 깨달은 듯 했다. 먼저 김광현은 지난해 소속팀 SK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다음날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SK 구단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지난 7월 뇌경색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선수로서 감당하기 힘든 것이었다.
김광현은 지난 6월에도 시련이 닥쳤다. 6월 23일 광주 KIA전에서 8이닝 동안 홈런 3개를 포함해 14안타를 맞고 8실점 완투패를 기록한 김광현은 이후 곧바로 2군으로 내려갔다. 당시 김성근 전 SK 감독은 김광현의 2군행에 대해 "여전히 힘으로만 던지려고 한다. 완급조절이라는 것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후 김광현은 몸상태가 좋지 않자 7월 12일 일본 후쿠오카 소재 베이스볼 클리닉에서 재활 훈련을 받았다. 그렇게 한달 넘게 몸을 다시 만든 김광현은 다시 마운드로 복귀했다.

25일 잠실 LG전에서 김광현은 경기 최고구속 149km의 직구를 뿌렸다. 최저구속은 130km 후반대도 있었다. 직구만 놓고도 구속이 10km 정도 차이가 났다. 직구 뿐만이 아니다. 김광현은 주무기인 슬라이더 구속이 최고 137km, 최저 125km를 기록했다. 무려 12km 차이가 난다. 덕분에 김광현은 LG 타선을 범타로 유도했다.
현장에 있던 SK 전력분석팀은 "김광현의 볼 끝에 힘이 있고, 제구가 잘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직 100%는 아니지만 김광현의 건재를 보여준 투구였다는 뜻이다.
반면 LG 전력분석팀은 "김광현의 투구밸런스가 아직 완벽하지는 않다. 볼 끝의 움직임도 들쑥날쑥 하다. 그렇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오늘 경기에서는 김광현의 완급조절이 느껴진다. 예전에는 힘으로만 던졌다. 그러나 지금은 직구를 던져도 강하게 약하게 구사한다"고 평가했다.
"김광현이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다음 경기에서 더 좋은 투구 내용이 기대된다"던 이만수 감독 대행의 말처럼 빼어난 구위에 완급조절까지 가미한 김광현의 다음 등판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