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정근우가 밝히는 140km 타구를 피하는 법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9.26 10: 31

야구에서 아웃카운트가 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삼진, 내야 땅볼, 플라이다. 그러나 가끔은 1년에 한두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진기명기에 야구팬들은 더 큰 매력에 빠진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대 SK 와이번스전에서도 매우 특이한 아웃카운트가 나올 뻔했다. 주인공은 SK 내야수 정근우(29)다.
상황은 이랬다. 정근우는 SK가 5-3으로 앞선 5회초 2사 만루에서 3루 주자였다. 타석에는 최동수, 투수는 김선규였다. 타석에 있던 최동수는 볼카운트 1-0에서 몸쪽 139km 직구가 들어오자 거침없이 배트를 돌렸고, 타구는 3루 주자인 정근우를 향해 총알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정근우는 자신의 키만큼 높이 뛰며 원바운드되어 튀어 오른 타구를 피했다. 보통 운동 신경이 아니고서는 피하기 힘든 타구였다.

25일 잠실 LG전에 앞서 만난 정근우는 전날(24일) 상황에 대해서 묻자 "타구가 너무 빨라 깜짝 놀랐다. 내 키만큼 점프한 것 같다"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타구 속도가 시속 140~150km 정도는 됐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주자로 나가있던 정근우가 타구에 맞아 아웃 될 가능성도 있었다. 아웃보다도 만약 타구에 맞으면 자칫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두 가지 위기를 모두 잘 모면한 정근우. 그는 태양을 피하는 방법이 아닌 타구를 피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정근우는 "가장 먼저 주자로 나갔을 때 상대 투수 유형을 파악하고 타자의 성향을 동시에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집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24일 상황을 놓고 보자. 투수 김선규는 사이드암이다. 주로 던지는 구종은 직구, 싱킹 패스트볼, 커브다. 특히 직구를 많이 구사하지만 사이드암 특성상 직구 공 끝이 우타자 몸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여기에 최동수는 우타자다. 스윙 궤적을 놓고 볼 때 밀어치기보다 당겨치기에 능하다.
정근우는 "김선규는 몸쪽에 공을 잘 던진다. 최동수 선배는 당겨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3루에 서있는데 타구가 날아올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서 조금은 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근우는 매번 주자로 나갔을 때 일단 좌투수, 우투수, 사이드암, 언더핸드 등 각가지 유형에 따라 공의 변화를 미리 계산한다. 그리고 타자의 성향까지 생각하며 다음 플레이를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이 모든 상황에 대해 정근우는 "느낌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지만 이내 "내가 경기에 얼마만큼 집중하고 있느냐가 최종 순간 빠른 결정을 할 수 있다"며 집중력에 대해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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