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2위 싸움에 포스트시즌 전체 분위기가 걸려있다.
롯데와 SK의 2위 싸움이 시즌 막판까지 이어질 듯한 모양새다. 2위 롯데가 68승56패5무 승률 5할4푼8리로 66승56패2무 승률 5할4푼1리를 기록하고 있는 3위 SK에 1경기차로 앞서고 있다. 0.5승으로 작용하는 무승부가 5차례나 있는 롯데가 2무의 SK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경우의 수로 따지면 롯데가 잔여 4경기 모두 전패를 하더라도 SK가 잔여 9경기에서 4승 이상을 올려야 2~3위 역전이 가능하다. 롯데가 1승3패를 한다면 SK는 5승4패를 해야 하고, 롯데가 2승2패를 하면 SK는 6승3패를 거둬야 한다. 롯데보다 4승을 더많이 해야 SK의 2위 역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롯데 양승호 감독은 "마지막까지 절대 안심할 수 없다"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만에 하나 2위 싸움에서 역전당할 경우 미칠 데미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승호 감독은 "당연한 말이지만 플레이오프 직행이 좋다. 특히 우리팀은 지난 3년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한 부담감이 있다. 플레이오프에 직행할 경우 그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에 3패, 두산에 1승3패와 2승3패로 밀렸다. 안 좋은 기억이 많은 준플레이오프를 뒤로 하고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면 선수들이 갖게 될 부담을 덜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2위 굳히기에 어느 때보다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5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장 11회말 선발투수 송승준을 구원등판시킨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였다. 지난 2007년 6월 26일 문학 SK전 이후 4년2개월29일, 날짜로는 1552일 만에 구원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송승준은 비록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실책을 범한 뒤 끝내기 안타를 맞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최소한 무승부라도 필요한 롯데의 분위기를 대변한 등판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어느 팀이든 3~4연승으로 흐름을 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SK가 우리보다 경기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남은 5경기에서 롯데가 전승을 하더라도 SK가 9경기를 전승하면 역전되기 때문에 롯데로서는 한 경기라도 잡는 게 중요하다. 양 감독은 "다른 팀은 신경 쓰지 않고, 우리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만약 롯데가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면 포스트시즌 전체 판도도 흥미롭게 전개될 전망. 양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는 1위보다 2위가 유리할 수 있다. 1위팀보다 부담이 덜하고, 플레이오프에서 3연승으로 흐름을 타면 경기감각이 떨어지는 1위팀보다 유리하다"며 2위 대세론을 주장했다. 2002년 이후 최근 9년간 한국시리즈 직행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2위팀에서도 분위기를 타면 충분히 가능하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롯데가 삼성이랑 한국시리즈에서 붙는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삼성이 확실한 선발 에이스가 없기 때문에 롯데 타선이라면 승산이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이 모든 게 롯데가 페넌트레이스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한다는 전제 하에 가능한 시나리오. 롯데의 2위 싸움 결과에 따라 포스트시즌 전체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 양승호 감독은 "기회는 자주 오지 않는다. 기회가 왔을 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waw@so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