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에게는 로망이 있다. 한 경기에서 1루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을 동시에 기록해야 가능한 사이클링 히트, 그리고 호타준족의 척도인 '20-20클럽(20도루-20홈런 동시 달성)'은 타고난 재능과 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고 있는 문선재(21, 상무)가 30년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드문 사이클링히트와 20-20클럽을 동시에 달성했다. 비록 1군이 아닌 2군에서 나온 기록이지만 그의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문선재는 25일 이천 베어스필드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퓨처스리그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달성했다. 문선재는 24일까지 21홈런-19도루로 20-20에 도루 한 개가 부족했다. 그러나 25일 두산전 0-0이던 7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볼넷으로 출루한 후 2루 도루에 성공하며 대기록을 작성했다. 20홈런-20도루는 1군에서 총 33회가 나왔으며 작년과 금년은 달성선수가 없을 정도로 힘든 기록이다.

사이클링히트는 지난해 LG 유니폼을 입고 기록했다. 문선재는 지난해 4월 16일 SK와 퓨처스 경기에서는 3루타, 2루타, 홈런, 안타를 차례로 기록하며 사이클링을 완성했다.
문선재는 지난 2009년 광주 동성고를 졸업하고 2차 7라운드 전체 52순위로 LG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이듬해에 신고선수가 됐다. 정식 선수가 아닌 연습생 신분이 됐다. 그러나 그는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하는 등 성실한 모습을 보이며 6월 이후 정식선수가 됐다. 자칫 야구선수로서 꿈을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더욱더 훈련에만 집중하며 재능을 키워나갔다.

그러나 문선재는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상무에 입대했다. LG의 풍부한 내야 자원 때문에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군대부터 다녀온 뒤 1군을 목표로 준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25일 OSEN과 전화통화를 한 문선재는 20-20클럽 달성과 관련해 묻자 "약간 의식을 했다. 마지막 경기에서 채웠다. 시즌 초에는 부진하니까 신경 안 쓰고 했는데 하다 보니까 홈런이 20개가 넘었다. 홈런 20개 때 도루는 15개 정도였다. 그래서 도루에도 집중했다"고 말했다.
문선재는 특이한 2가지 기록을 달성했지만 아쉬움이 더 큰 한 해였다. 그는 "작년에 LG 있을 때보다는 성적은 안 좋다. 올해 타율도 낮아졌다. 작년 2할7푼이었는데 감이 좋았다. 올해는 2할4푼대로 떨어졌다. 반면 홈런은 작년에 12개에서 20로 늘었다. 파워는 좋아졌지만 배트 컨트롤이 부족해진 것 같다. 선구안도 부족해 삼진도 많다"고 대답했다.
문선재는 또 "내년에는 올해 부족했던 것을 동계훈련을 통해 보완해서 채울 수 있도록 하겠다. 프로 입단 후 2군에서도 3할을 한 번도 못 쳐봤다"면서 "컨택이랑 선구안을 길러 타율 3할에 한번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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