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승 중에서 11승이 끝내기. 전체 승리의 약 20%가 짜릿한 끝내기로 만들어졌다.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탈락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연일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데에는 끝내기 승리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화는 올해 모두 11차례 끝내기 승리를 거뒀는데 이는 지난 1988년 OB와 함께 역대 최다 끝내기 승리 기록이다. 올해 한화는 끝내기 승리가 가장 많은 팀이자 끝내기 패배가 유일하게 없는 팀이기도 하다. 게다가 연장전에서 6승1패2무로 승률도 8할5푼7리로 가장 높다. 9회 이후 역전승도 6승으로 가장 많다.
스타 기질이 강한 카림 가르시아가 끝내기 홈런 2개와 밀어내기 볼넷 1개로 가장 많은 3차례 끝내기 주인공이 됐으며 이대수가 끝내기 홈런과 희생플라이를 1개씩 터뜨리며 2차례 끝내기 영웅이 됐다. 이외 강동우 장성호 최진행 등 주전 선수들뿐만 아니라 이희근 전현태 이양기 등 비주전 선수들까지 무려 8명이 번갈아 가며 끝내기를 터뜨렸다. '끝내기 전문팀'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한화에게 끝내기 승리는 일상 다반사.

최하위 넥센을 상대로 가장 많은 3차례 끝내기 승리를 거둔 한화는 롯데·KIA·두산에게도 2차례씩 뼈아픈 끝내기 패배를 안겨줬다. SK와 LG도 한 차례씩 한화로부터 끝내기 패배의 제물이 되어야 했다. 유동훈과 이보근이 두 차례나 끝내기를 맞았고, 이승호(20번) 정재훈 고창성 한희 배힘찬 김사율 송승준도 한 차례씩 끝내기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모두 9명의 투수가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것이다.
한대화 감독은 끝내기 승리가 많은 이유에 대해 "초에 점수를 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정리했다. 끝내기 승리를 하기 위해서는 경기 후반 마운드가 어느 정도 버텨줘야 한다. 박정진-데니 바티스타라는 확실한 필승계투조가 접전에서 경기 후반 점수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끝내기 승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다. 실제로 한화는 9회 이후 실점이 32점으로 삼성(29점) 다음으로 적다. 연장 실점은 2점으로 최소실점. 마무리 바티스타가 올 시즌 거둔 3승도 모두 끝내기 경기에서 거둔 승리였다.
물론 끝내기는 타자들이 마침표를 찍어야 가능하다. 한화는 9회 이후 득점이 61점으로 SK(71점) 다음으로 많다. 연장 득점도 8점으로 SK(17점)에 이어 2위. 팀 타자들이 승부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팀 타율은 2할5푼6리로 전체 6위이지만 팀 득점권 타율은 2할9푼2리로 전체 1위. 그만큼 찬스에 강하다.
분위기도 이미 끝내기에 너무 잘 적응돼 있다. 한상훈은 "접전에서 계속 이기니까 지는 분위기가 되지 않는다. 끝내기 찬스가 오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분위기가 든다. 주자만 나가면 할 수 있다는 분위기"라며 "자주 반복하다 보니 그런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있다. 벤치에 있는 선수들도 파이팅을 외치고, 선수단 전체가 하나가 돼 그런 분위기가 서서히 만들어졌다. 그래서 내년이 더 기대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티스타도 "이런 경기를 많이 할수록 내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7위라는 표면적인 성적 이상으로 열광받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팀 전체의 단합과 분위기의 힘이 어떠한 것인지를 어느 팀보다 잘 보여주고 있다. 역대 최다 끝내기 승리를 거둔 한화는 어느덧 탈꼴찌 매직넘버를 1까지 줄였다. 이제 한화에게는 꼴찌보다 끝내주는 팀이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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