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신의 79구' 바티스타, "탈삼진 9개는 처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26 07: 16

투혼의 피칭이었다.
한화 외국인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31)가 한국 무대 데뷔 후 최고 피칭을 펼쳤다. 바티스타는 지난 25일 대전 롯데전에 구원등판, 8회부터 11회까지 4이닝 동안 79개 공을 던지며 무실점으로 막고 시즌 3승째를 따냈다. 피안타 2개, 볼넷 3개, 사구 1개를 내주며 만루 위기도 두 차례나 맞이했지만 탈삼진 9개로 모든 상황을 종료시켰다. 한국 데뷔 후 최다 투구수·탈삼진 경기. 바티스타의 역투 속에 한화는 연장 11회말 대타 이양기의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만난 바티스타는 스스로에게 많이 놀란듯한 모습이었다. 무려 79개 공을 던졌고, 탈삼진 9개를 기록했다는 이야기에 "와 정말인가. 그렇게 많이 던진줄은 전혀 몰랐다. 나도 놀랐다. 미국에서도 삼진을 9개 잡은 적은 없었다. 많이 던져서 그런지 피곤하기는 피곤하다"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한대화 감독도 "바티스타를 일찍 투입하며 무리시켰는데 무실점으로 막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며 그의 공을 높이 샀다.

사실 가슴 철렁한 순간이 몇차례 있었다. 8회 첫 이닝부터 내야안타, 사구, 볼넷으로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삼진으로 잡으며 실점 없이 넘어갔다. 연장 11회도 만루 위기에 처했지만 역시 탈삼진 3개로 실점을 허락치 않았다. 사사구 남발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결국 삼진으로 마무리하는 능력. 과거 구대성을 연상시키는 간담 서늘케 하는 삼진 쇼로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하지만 구대성처럼 바티스타도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했다.
바티스타는 위기 자초 후 스스로 탈출하는 것에 대해 "주자가 있든 없든 그건 그리 중요치 않다. 내 공을 던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럴 때일수록 집중력을 높여 스트라이크를 던지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보낸 주자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정구로 커브를 주로 사용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빠른 직구로 재미를 봤다. 그는 "상대 타자들을 커브를 노리고 들어오기 때문에 직구 제구에 신경을 썼다"며 투구 패턴 변화에 대해서도 밝혔다. 이날 그의 직구 최고 구속은 155km였다.
지난 7월 합류 후 24경기 3승 8세이브 평균자책점 1.69. 특히 32이닝을 던지는 동안 기록한 탈삼진 54개가 눈에 띈다. 9이닝으로 환산할 경우 평균 15.97개로 16개에 육박하는 놀라운 수치가 나온다. 안타(16개)보다 많은 볼넷(18개)이 조금 아쉽지만 실점은 6점밖에 되지 않는다. 득점권에서 36타수 5안타로 피안타율이 1할3푼9리인 반면 탈삼진은 무려 22개나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팀을 위한 마음이 그의 최대 강점이다. 이날 경기에서도 10회까지 58개를 던진 상태였던 바티스타는 정민철 투수코치를 통해 "1이닝 더 가능하냐"는 벤치의 주문을 받았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오케이"를 외쳤다. 자신의 몸을 신경쓰기보다 팀을 위해 투혼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이어 끝내기 순간 '절친한 동료' 이양기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그가 외국인 선수가 아니라 한화 선수라는 것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올해 한화는 끝내기 승리가 11차례나 되는데 그 중 3경기에서 바티스타가 승리투수가 됐다. 그가 버텨줬기에 끝내기 승리가 가능했다. 바티스타는 "우리팀 선수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 어떤 기적도 가능하다"며 "이런 경기를 많이 할수록 내년에 우리가 포스트시즌에 가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내년에 한화에서 포스트시즌을 함께 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바티스타의 시선은 이미 내년으로 향해 있다. 그는 외국인투수가 아니라 한화의 마무리투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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