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타점왕' 이양기의 아주 특별한 2011시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26 07: 13

"이양기가 누구야?"
한화 9년차 우타 외야수 이양기(30)는 무명이었다. 지난 3월 시범경기에서 SK 김성근 전 감독은 한화 4번 타순에 기용된 이양기의 이름을 보고는 "누구냐"고 궁금해 했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다. 하지만 2011년 한 시즌을 통해 이양기는 자신의 이름 석자를 팬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있다. 농기구 '이앙기'를 연상시키는 이름 때문에 팬들에게는 더 친숙해졌다. 그래서 지난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그가 터뜨린 끝내기 안타는 '농업혁명'이 됐다.
류현진이 졸업한 인천 동산고 선배로 지난 1999년 2차 12라운드 전체 90순위로 한화에 지명된 이양기는 탐라대를 거쳐 지난 2003년 한화에 입단했다. 그러나 2003년 데뷔 첫 해 한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게 그해 유일한 1군 성적이었다. 지난해까지 1군 통산 성적은 63경기 타율 1할4푼9리 2홈런 4타점. 그러는 사이 올해 만으로 서른살이 됐다.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시즌. 그는 2011년을 아주 특별하게 장식하고 있다.

일단 올해 성적을 보자. 86경기에 출장하며 데뷔 후 처음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다. 126타수 36안타 타율 2할8푼6리 14타점. 기대했던 홈런이 하나도 없지만 타율이 준수하고 대타치고는 타점이 많다. 실제로 대타 성적은 47타수 15안타 타율 3할1푼7리 13타점. 대타 타점이 가장 많은 선수가 바로 이양기다. 볼넷 6개와 사구 2개를 포함한 대타성공률은 4할1푼8리에 달한다. 한대화 감독은 "우리팀 최고 대타"라고 치켜세웠다.
사실 시즌 초 위기가 있었다. 대타 타율이 1할대에 맴돌 때였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더 열심히 준비했다. 타석에서도 집중력을 높이고 따로 연구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최고참 강동우와 원정경기 룸메이트를 하고 있는데 경기를 마치고서도 함께 숙소에서 훈련을 거듭했다. "동우형이 안 하면 혼낸다. 서른 넘어서 방졸하고 있지만, 그런 선배와 함께해 즐겁다"며 우는소리를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만큼 1군이라는 무대와 훈련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끝내기 안타를 치게 된 것도 자극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24일 대전 롯데전에서 우익수로 선발출장했으나 9회 실책으로 팀 패배에 한몫한 그는 이튿날 끝내기의 영웅이 됐다. 이양기는 "실책 때문에 오전 10시30분부터 경기장에 일찍 나와서 훈련했다. 꼭 만회하고 싶었는데 끝내기를 쳐 기분이 좋다"며 농촌에서나 볼법한 푸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증명해 보였다.
이양기는 "올해 대타 타율도 괜찮고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시즌"이라고 돌아봤다. 그러나 결코 만족은 없다. 그는 "감독님께서 지적하셨듯 장타력에 대해서 나 스스로도 문제점을 느끼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치면 배트 무게를 늘려서 장타력을 키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올해 860g 배트를 썼는데 내년에는 900g 배트로 변화를 모색한다. 한대화 감독도 "체형도 타격도 거포 스타일이다. 배트 무게를 늘리면 장타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농번기에 이앙기가 쉴새없이 작동하듯 이양기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부지런히 배트를 돌리고 있다. 대타 타점왕에 만족하지 않는 그의 성공 스토리. 어쩌면 이제부터 시작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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