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25일 롯데 자이언츠는 대전구장에서 벌어진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서 3-3으로 맞선 11회말 마운드에 올라간 송승준(31)이 난조를 보이며 대타 이양기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해 결국 입맛 쓴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2위 자리를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SK 와이번스가 이미 LG 트윈스에 역전패를 당한 상황이었기에 롯데는 끝내기 패배가 더욱 아쉽게 됐다. 롯데 입장에서는 무승부만 거둬도 사실상 승리와 다름없었다. 야구에 만약이란 없지만 롯데가 무승부로 경기를 마무리 했다면 남은 4경기서 모두 져도 SK가 롯데를 앞지르기 위해선 잔여 9경기에서 5승을 거둬야만 가능했다. 롯데가 승리했다고 가정해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 이는 롯데가 26일 현재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5차례나 무승부를 거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롯데는 11회 빼든 선발 송승준의 불펜 투입 카드가 아쉽게 됐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주중 SK와의 사직 3연전 도중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선발 가운데 불펜 테스트를 해 보겠다"고 공언했다. 결국 송승준으로 첫 시험을 했으나 결과는 실패로 돌아갔다. 송승준은 3-3으로 맞선 11회말 마운드에 올라 4타자를 상대로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허용하는 동안 아웃카운트를 단 하나도 잡지 못한 채 1실점, 결국 끝내기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일단 선발 투수 가운데 중간 계투로 활용하겠다는 양 감독의 1차 테스트는 실패로 돌아갔다. 사실 포스트시즌에선 일반적으로 선발 투수 3명으로 로테이션을 돌리기 때문에 기존 선발진을 중간 계투로 활용하곤 한다.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 해설위원은 "한 시즌동안 선발로 뛴 선수는 아무래도 구위나 경험 면에서 중간 투수보다 뛰어나기 마련"이라며 선발 투수의 큰 경기에서 보직 변경에 대해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날 송승준의 부진은 어떻게 봐야 할까. 양 위원은 "(송)승준이가 워밍업 하는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그는 "보통 선발 투수는 경기 전 30-40분 가량 러닝과 롱토스, 불펜 피칭을 20-30개 가량 한 뒤 마운드에 오른다. 그만큼 몸을 푸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면서 "그렇지만 중간 계투같은 경우는 몸을 충분히 풀 시간과 공간 모두 여유가 적다. 최소한 5년 이상 선발 등판에 몸을 맞추다 중간에 등판하도록 준비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송승준의 이날 불펜 투입은 지난 2007년 6월 26일 SK전 이후 1552일 만이었다. 아직 송승준에겐 '불펜'이라는 옷이 어색했던 것이다.
게다가 송승준은 몸이 늦게 풀리는 편이다. 올 시즌 송승준의 1회 평균자책점은 28경기에서 5.14로 시즌 평균자책점 4.25보다 좋지 않았다. 몸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 양 위원은 "이틀 만의 등판이라 피로가 덜 풀린 탓도 있겠지만 (송)승준이는 몸을 많이 풀고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보통은 공 20-30개 정도 던져야 자기 공이 나온다"면서 "(송)승준이가 볼 던지는 걸 보니 평소보다는 여러가지로 부족해 보였다"고 평가를 했다.
끝으로 양 위원은 "포스트시즌에 들어가기 전 계투로 보직을 바꿀 투수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두면 심적으로 준비를 할 수 있다"면서 "그때부터 준비를 한다면 충분히 좋은 활약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롯데는 남은 4경기에서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따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과 동시에 포스트시즌을 대비한 테스트도 수행해야 한다. 잔여 경기에서 계속될 양 감독의 테스트 결과에 따라 롯데의 가을야구 모습도 달라질 전망이다. 최종 수능에서 선수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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