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결승 한 경기를 빼면 매 경기가 고난이었다".
대망의 결승전을 앞두고 만난 동아대 김석연 감독의 표정은 비장했다. 모교이자 감독을 맡고 있는 동아대가 전국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우승한 지 어느덧 9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영남지역 전통의 명문 동아대의 비상을 노리던 김 감독은 결국 팀을 우승으로 이끄는 데 성공했다.
26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제66회 전국대학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동아대는 연장 10회 상대 중견수의 실책에 힘입어 동국대에 5-3으로 승리를 거두고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동아대는 이로써 지난 2002년 대학야구 춘계대회 이후 무려 9년 만에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쁨을 누렸다. 대학야구 선수권대회 우승은 지난 1988년 이후 무려 23년 만이다.

경기가 끝난 뒤 김 감독은 "매 경기가 한 점에서 두 점차 승부였다. 콜드게임으로 이겼던 준결승을 제외하고 쉬운 경기가 없었다"라고 말하며 대회 우승까지 이르는 길이 험났했음을 내비쳤다. 또한 "1988년 동아대 2학년 때 같은 대회에서 타점왕을 수상하며 팀이 우승을 했었는데 그 이후 감독으로 첫 우승을 했다"며 웃었다.
9회까지 동아대는 동국대에 3-0으로 앞서 쉽게 우승을 차지하는 듯했으나 9회 1사 1,2루에서 동국대 5번 양석환에게 동점 스리런을 얻어맞아 경기를 어렵게 끌고갔다. 자칫 분위기가 동국대로 넘어갈 수도 있던 상황. 하지만 김 감독은 "동점이 됐어도 점수만 안 주면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면서 "행운이 따르기도 했지만 기대대로 타자들이 점수를 뽑아줘 우승할 수 있었다"며 기뻐했다.
특히 김 감독은 이찬원을 깜짝 선발로 내세워 재미를 봤다. 비록 이찬원은 9회 동점 스리런을 허용하긴 했지만 그 전까지 8⅓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동국대 타선을 효과적을 틀어막았다. 김 감독은 "원래 나규호를 선발로 낼 계획이었지만 이찬원이 공이 변화가 심해서 힘이 좋은 동국대 타자들에게 잘 던질 것으로 기대해 깜짝 선발로 투입했다"면서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잘 버텨줘 고맙다"고 말했다.
동아대는 이번 신인지명에서 총 7명(지명 5명, 신고선수 2명)의 선수가 프로 구단의 부름을 받았다. 김 감독은 "4학년 선수들이 주축인데 지명이 끝나고 진로가 결정되어 마음이 편해진 것이 오늘 승리의 요인 가운데 하나"라며 "유종의 미를 거두자고 다짐했는데 그대로 돼서 마음이 놓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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