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도 모르고, 무당도 몰랐을 거야".
2011년 한화는 드라마틱 그 자체다. 126경기 56승68패2무 승률 4할5푼2리로 7위. 지난 2년간 각각 46승과 49승에 그쳤던 팀에게는 분명 의미있는 성적 상승이다. 역대 한 시즌 가장 많은 11차례 끝내기 승리에서 알 수 있듯 경기내용은 보이는 성적 이상으로 짜릿짜릿했고 팬들을 열광시켰다. 역대 한 시즌 최다 홈관중(45만5457명)을 동원한 것에서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아쉬운 순간도 없지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3일 대전 두산전이 그랬다. 5-7로 추격한 9회말 2사 1·2루. 한화는 1루 주자로 대주자 김준호를 투입했다. 이어 후속타자 이대수가 좌익선상 깊숙한 2루타를 터뜨리며 동점 찬스를 잡았다. 2루 주자 장성호가 여유있게 홈을 밟아 1점차. 여기서 1루 주자 김준호가 2·3루를 지나 홈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그만 넘어졌다. 홈을 불과 6~7m 앞두고 넘어진 그는 다시 일어서 홈을 향해 팔을 뻗었지만 공이 먼저 와 태그 아웃됐다. 한화도 그대로 6-7로 패했다.

한대화 감독은 "발 빠른 선수라서 천천히 여유있게 뛰어도 세이프될 수 있었는데 의욕이 너무 앞섰다"며 "실은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더라. 뒤에 숨어서 웃었다.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서 괜히 뭐라하면 속만 상한다. 거기서 넘어질 줄은 귀신도 모르고 무당도 몰랐을 것"이라고 김준호를 감싸안았다. 지난 25일 대전 롯데전에서도 김준호는 8회말 대주자로 출장 기회를 얻었다.
올해 한화는 유독 아쉬운 경기가 많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한 경기 한 경기가 아깝다. 지난 5월11일 잠실 LG전 0-1로 뒤진 9회 2사 1·2루에서 이양기가 좌전 안타를 터뜨렸고, 대주자 전현태가 2루에서 홈으로 들어오다 큰 이병규와 조인성의 송구와 태그에 걸려 태그아웃됐다. 이날 경기 내내 불합리한 판정 때문에 열이 뻗쳐있던 한대화 감독도 폭발했다. 이른바 '예끼 사건'이었다.
6월8일 잠실 LG전에서도 5-6으로 추격한 9회 2사 3루에서 3루 주자 정원석이 임찬규 투구에 앞서 홈스틸을 시도했다. 놀란 임찬규가 투구가 아닌 송구로 홈을 던진 명백한 보크를 범했고, 규칙대로라면 정원석의 홈스틸이 인정되어야 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그대로 정원석의 홈 태그아웃을 선언하며 경기를 끝냈다. 보크 오심으로 해당심판들이 출장정지를 당했지만 한화에게 보상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던 7월21일 대전 KIA전에서 2-4로 추격한 8회 1사 1·2루 추격흐름에서 갑작스런 폭우가 한 시간 넘게 쏟아지는 바람에 어이없이 강우콜드 패배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창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는 시점에서 찾아온 패배들이라 한화로서는 두고두고 아쉬운 경기들로 손꼽히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그런 것 아까우면 누가 알아주나. 그런 경기를 많이 한다고 해서 1승 더 주는 것도 아니고…"라며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중에서 가장 아까운 게 바로 보크 오심. 하지만 귀신도 모르고 무당도 몰랐을 순간들을 통해 한화는 하나로 뭉쳐 더 강해졌다. 한 감독은 "남은 시즌 5위를 노려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화에게는 오늘보다 더 힘찬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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