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기량발전상', 수상자 후보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27 07: 00

KBO에서 공식적으로 수상하는 상은 아니지만, 연말이면 각종 시상식에서 빠지지 않는 상이 있으니 바로 기량발전상이다. 미국 프로농구인 NBA에서 가장 크게 역량이 성장한 선수에게 수상하던 MIP(Most Improved Player)에서 유래한 기량발전상은 2009년 강봉규(33, 삼성 라이온즈), 2010년 양현종(23, KIA 타이거즈)가 수상했다.
수상 자격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보통 프로 무대에 데뷔 후 가능성만 보여주다가 자신의 기량을 만개시킨 선수가 선정된다. 이미 정규시즌 일정을 95% 가량 소화한 올 시즌 역시 가능성을 폭발시킨 선수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올해 많은 스타들이 탄생 한만큼 여러 후보가 있을 수 있지만 투수, 내야수, 외야수 크게 세 부문으로 나눠 유력 후보들을 꼽아봤다.
▲ 투수 부문…LG 트윈스 박현준

투수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LG 트윈스의 '신 에이스', 사이드암 박현준(25)이다. 전주고-경희대를 나온 박현준은 지난 2009년 2차 1라운드 8순위로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었다. 최고 구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직구와 포크볼,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하는 박현준은 대학 시절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는 등 경희대 에이스로 팀을 정상으로 이끌어 최대어로 손꼽혔다. 그러나 박현준은 2009년 SK에서 14경기 17이닝 1패 평균자책점 5.82에 그치며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박현준은 2010년 7월 28일 LG와 SK의 3:4 대형 트레이드 때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올 시즌, 박현준은 자신의 기량을 폭발시켰다. 시즌 초반 선발진에 합류해 LG 돌풍의 주역이 되더니 7월 9일 잠실 KIA전에서 시즌 10승을 따내며 윤석민과 함께 다승 공동선두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어깨 부상과 첫 풀타임으로 인한 체력 문제 등으로 잠시 주춤한 박현준이었지만 후반기에도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25일 현재 박현준은 28경기에 출전, 161이닝(8위) 13승(공동 4위) 9패 136탈삼진(4위) 평균자책점 3.97(10위)을 기록하며 LG를 대표하는 선발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강철-박충식-임창용 이후 명맥이 끊겼던 사이드암 선발 계보를 당당히 이어 대선배들의 뒤를 이을지 주목된다.
이밖에도 가능성만 보여주다 풀타임 선발 투수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한화 이글스 양훈(25경기 129⅓이닝 6승 9패 99탈삼진 평균자책점 4.45)과 데뷔 후 10시즌 동안 모두 9개의 세이브 밖에 없었으나 올 시즌 롯데의 뒷문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김사율(59경기 64⅓이닝 5승 3패 18세이브 2홀드 51탈삼진 평균자책점 3.36)이 후보로 거론될 만하다.
▲ 내야수 부문…한화 이글스 이대수
지난해 모두 45명의 타자가 규정타석을 채웠다. 이 가운데 한화 이대수(30)는 타율(0.232), 출루율(0.290), OPS(0.618) 세 부문에서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최종 성적은 375타수 87안타 타율 2할3푼2리 7홈런 37타점. 2006년 거둔 타율 387타수 98안타 2할5푼3리 5홈런 26타점이 커리어하이라 할 수 있었던 선수.
그랬던 이대수가 괄목상대했다. 25일 현재 이대수의 성적은 352타수 108안타 타율 3할7리(8위)에 8홈런(32위) 49타점(28위). 데뷔 후 첫 3할을 눈앞에 두고 있고 이미 처음으로 시즌 100안타도 넘겼다. 그밖에도 홈런, 타점 등 공격 여러 부문에서 이대수는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이대수의 후반기는 그 누구보다 뜨거웠다. 전반기 타율 2할4푼5리 6홈런 33타점을 거두며 유격수 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만을 기록하고 있던 이대수는 후반기 자신의 타격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이대수는 후반기 42경기에서 타율 4할2푼3리 2홈런 16타점 OPS 1.057로 믿기 힘든 활약을 보이고 있다. 덕분에 타율도 3할을 넘게 됐고 이젠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 이름을 내밀고 있다.
올 시즌엔 유격수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폭발시킨 선수가 눈에 띈다. KIA 김선빈은 수비 도중 타구에 얼굴을 직접 맞는 중상에도 불구, 타율 2할9푼3리 4홈런 47타점 20도루로 8개 구단 최고의 테이블세터로 손꼽히고 있다. 삼성 김상수 역시 타격이 아쉽다는 그 동안의 평가를 무시라도 하듯 타율 2할8푼9리 2홈런 46타점 28도루로 팀의 선두 질주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또한 데뷔 후 397경기 937타수동안 홈런이 없어 최장 기간 무홈런 기록을 갖고 있던 두산 오재원(타율 0.274 43타점 44도루)은 올 시즌 홈런을 무려 6개나 기록해 '장타 본능'을 폭발시켰다. 또한 44개의 도루로 2위 이대형(34개)에 크게 앞서 있어 데뷔 첫 타이틀 수상이 유력하다.
▲ 외야수 부문…롯데 자이언츠 손아섭
롯데 손아섭(23)은 통산 타율이 3할3리(1174타수 356안타)에 이를 정도로 정교함을 갖춘 타자다. 이처럼 훌륭한 기량을 갖춘 선수에게 '기량발전상'이란 타이틀은 어쩌면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뜯어보면 3할6리(422타수 129안타)를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더욱 발전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올 시즌 손아섭은 '핵 타선 군단' 롯데의 붙박이 3번 타자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타율 3할2푼6리(5위) 15홈런(공동 12위) 83타점(공동 4위)으로 각종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후반기 롯데의 거짓말 같은 상승세는 손아섭의 방망이가 없었다면 탄력을 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에 수비 실력도 몰라보게 달라져 현재 18개의 보살로 외야수 부분 보살 1위를 질주하고 있다.
타자의 실제적인 위상을 가장 잘 나타내 준다는 OPS에서도 손아섭은 0.892로 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OPS 0.815로 리그 24위를 기록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손아섭의 위상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활약 덕분에 손아섭은 데뷔 최초로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을 노리고 있다. 이미 삼성 최형우가 확정적인 가운데 손아섭은 "이용규 선배와 이병규 선배가 골든글러브 경쟁자"라고 할 만큼 황금 장갑을 품에 넣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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