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도현이 내달 2일 방송을 끝으로 MBC '두시의 데이트 윤도현입니다'를 그만두면서, MBC로부터 '자리를 옮겨라'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폭로해 파장이 예상된다.
소속사 다음기획은 27일 오전 공식입장을 통해 "얼마 전 '두시의 데이트'의 새 진행자로 내정된 분이 있으니, 다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겨 DJ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상황이 바로 지금인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윤도현이 지난 7개월간 '나는 가수다'로 인연을 쌓아온 MBC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라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다음기획이 밝힌 정황은 이렇다. 제작진의 권유로 DJ직을 수락해 1년간 방송을 진행해왔는데, 최근 MBC측에서 자리를 옮겨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 이 과정에서 MBC가 "일선 PD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제작자율권이 축소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기획은 "'두시의 데이트'의 새 진행자로 내정된 분이 있으니, 다른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옮겨 DJ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현재 자의로 DJ자리에서 물러나는 분도 없고, 공석도 없는 상태에서 윤도현이 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자리를 옮길 경우, 또 누군가는 자리를 옮기거나 끝내 그만두어야 하는 연쇄반응이 이어지게 된다. 흔히 말하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상황이 바로 지금 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음기획은 또 "이는 제작진과 청취자가 바라는 바람직한 개편 방안이 아니기에 저희는 라디오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도저히 이 제안을 수락할 수가 없었다. 일반적으로 모든 프로그램들이 개편을 할 때에는 통상적인 방송 편성에 대한 관행이 있고, 구성에 관한 방침이 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 그렇게 진행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윤도현에게 시간대도 정해지지 않은 MBC내의 다른 시간대 프로그램으로 이동할 것을 ‘종용’ 하기 전에, ‘DJ로서 윤도현이 가지고 있는 자질과 능력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를 한 후 먼저 적합한 방안을 제안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고 심경을 밝히고 MBC가 윤도현의 자리를 옮길 것을 '종용'했음을 에둘러 강조했다.
'요청의 수준을 뛰어넘는 제안'이라는 표현도 썼다. 다음기획은 "이번 MBC의 요청의 수준을 뛰어넘은 제안에는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파트너이자 제작진의 일원으로 볼 수 있는 DJ 윤도현에 대한 그 어떠한 배려가 없었음에 유감으로 생각한다. 저희는 더 이상 개편을 빌미로 삼아 이러한 제작 관행이 되풀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일선 제작 PD들의 의견이 무시되고, 제작자율권이 위축되는 현재 MBC의 행위에 대해 항의의 의미를 담아 이 글을 올린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이번 일이 흔히 말하는 정치적인 고려가 결부된 외부의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방송국 고위관계자들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해 진행되었음을 저간의 상황들을 통해 확인했"면서 "윤도현은 이번 사태로 인해 자존감에 깊은 상처를 받았고, 더 이상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평상심을 유지하며 방송을 꾸려 갈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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