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믿고 가려고 했다. 그러나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교체하게 되었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나믿가믿' 라이언 가코에 대한 기대감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사상 첫 외국인 선수 두 명 모두 교체하고 페넌트레이스를 제패하는 첫 예가 되는 만큼 떠난 이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나온 것.

류 감독은 27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덕아웃서 미디어의 즐거운 질문공세에 시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매직넘버 1을 남겨둔 삼성은 이날 두산전을 승리하거나 SK가 넥센에 패할 경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페넌트레이스 제패 및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짓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 개막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하고 페넌트레이스 우승할 경우 이는 첫 전례가 된다.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후 2~3명의 외국인 선수(2001~2002시즌은 외국인 선수 3명 보유제)를 모두 갈아치우고 페넌트레이스를 우승한 경우는 없었다.
더욱이 추신수의 동료로서 클리블랜드서 거포로 활약한 전력을 지닌 가코의 중도 퇴단은 팀의 기대치를 완전히 빗나간 것이었다. 올 시즌 58경기 2할4푼3리 1홈런 28타점을 기록했던 가코는 2군으로 내려간 뒤 왼손 중지 골절상을 입으며 결국 퇴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시즌 전 류 감독은 "나는 믿을꺼야. 가코 믿을꺼야"라는 뜻의 '나믿가믿'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가코는 팀의 기대치와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 채 현재 한국 무대 최장기간 시즌 1홈런으로 남은 타자의 오명을 쓰고 말았다.
"가코가 기대치에 미달된 것은 아쉬웠다. 특히 교체 외국인 선수가 잘 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내가 봤을 때 가코는 전성 시절에 비해 순발력이 많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힘은 있는데 배트 스피드가 떨어져 공을 배트로 때려낸다기보다 문지르면서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솔직히 교체 선수가 당시 마땅치 않아 더 믿고 가려고 했는데 부상을 입고 말았다".
카도쿠라 겐의 무릎 부상 퇴출까지 겹치며 덕 매티스-저스틴 저마노로 외국인 선수 두 명을 모두 교체한 삼성.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목표를 눈앞에 두고 있으나 시즌 전 계획과는 100% 맞아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류 감독의 웃음에는 일말의 씁쓸함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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