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보다는 기대감이 컸어요. 체력적인 문제도 그렇게 심각할 정도의 피로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잘 자랐다'라는 생각을 절로 들게 한 젊은 유격수의 활약이 알찼다. 주전 풀타임 유격수로 사실상 첫 시즌을 호성적으로 마무리 중인 김상수(21. 삼성 라이온즈)는 분명 팀의 고공 비행을 이끈 일등공신이었다.

경북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9년 팀의 1차지명으로 입단한 김상수는 올해 121경기 2할8푼6리 2홈런 46타점 28도루(27일 현재)를 기록하며 주전 유격수로서 팀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공헌했다. 지난해 말 베테랑 박진만이 SK로 이적하면서 중임을 맡게 된 김상수는 본격적인 주전 유격수로서 첫 시즌을 순조롭게 소화했다.
175cm 68kg로 상대적으로 왜소한 체구. 그러나 김상수는 센스와 빠른 발을 바탕으로 프랜차이즈 팀의 주전 유격수 자리를 꿰차며 팀 우승에 일조했다. 또한 한국시리즈 직행을 이끌면서 김상수는 김선빈(KIA), 이대수(한화), 강정호(넥센) 등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 경쟁자들에 확실히 앞선 위치로 나아갔다.
"박진만 선배의 이적으로 인한 부담감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기대감이 더 컸어요. 주전 유격수로서 첫 시즌 최대한 열심히하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풀타임 시즌에 대한 피로도는 글쎄요. 약간 피곤하기도 했는데 경기력에 무리가 올 정도는 아닙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자 주전 톱타자였던 배영섭의 부상 이탈로 김상수는 남은 시즌 9번 타자가 아닌 테이블세터로 출장하게 되었다. 배영섭의 부상 회복 여부에 따라 김상수가 한국시리즈서 1번 타자로 나설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배영섭이 얼마나 실전 감각을 되찾을 지 여부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섭이 형이 워낙 잘해줬으니까요. 제가 과연 형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하고자 합니다".
유격수 골든글러브 경쟁자인 이대수는 김상수에 대해 "실책수가 많다고 수비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어려운 타구도 무리없이 소화하는 김상수는 정말 출중한 유격수"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대수의 이야기를 전하자 김상수는 다시 한 번 밝게 웃었다.
"사실 골든글러브 가시권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9월 들어 많이 조급해 제 성적을 못 냈습니다. 대수형이나 선빈이형이나 모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강박감이 더 했어요. 팀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는 데 집중하면 저도 골든글러브에 도전장을 제대로 내밀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그는 명실상부한 올 시즌 1위팀 주전 유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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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