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페넌트레이스 우승팀을 돌아보면 적어도 한 명은 효자가 되어 힘을 보탰다. 그러나 2011 페넌트레이스 우승 깃발을 가져간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선수 두 명을 중도 교체하고도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성공하는 전례를 남겼다.
삼성은 27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두산전서 3회 터진 최형우의 동점타와 강봉규의 결승 주자일소 2루타에 힘입어 5-3으로 승리했다. 삼성은 이날 승리로 시즌 전적 76승 2무 47패(1위, 27일 현재)를 기록하며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페넌트레이스 우승 및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다. 2006년 이후 5년 만에 한국시리즈 직행 성공.

1998년 외국인 선수 제도 도입 후 2~3명의 외국인 선수(2001~2002시즌은 외국인 선수 3명 보유제)를 모두 갈아치우고 페넌트레이스를 우승한 경우는 없었다. 2001년 삼성은 우완 살로몬 토레스를 발비노 갈베스로, 마무리 벤 리베라를 내야수 카를로스 바에르가로 교체했으나 외야수 매니 마르티네스를 끝까지 기용했고 이듬해에도 틸슨 브리또가 꾸준히 시즌을 지키며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했다.
타 팀을 봐도 시즌을 시작할 때의 외국인 선수 한 쌍을 모두 바꾸고 페넌트레이스를 우승한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2011년 삼성은 우타자 라이언 가코와 일본인 우완 카도쿠라 겐을 각각 우완 덕 매티스, 저스틴 저마노로 교체했다. 가코는 부진에 이은 왼손 중지 골절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으며 시즌 초 제 위력을 보여주던 카도쿠라는 무릎 부상 여파로 인한 구위 저하로 일본으로 돌아갔다.
일단 외국인 선수 인선 1차 선택은 잘못되었음을 팀이 자인한 셈. 장타력과 타선 균형을 기대했던 가코는 타율 2할4푼3리 1홈런 28타점으로 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카도쿠라는 시즌 초 에이스의 위용을 선보였으나 중반 들어 무릎 통증으로 인해 제 구위를 선보이지 못하며 5승 6패 평균자책점 4.07로 귀국행 짐을 싸는 불운에 놓였다.
그러나 교체 카드가 좋았다. 가코를 대신해 한국 땅을 밟은 매티스는 8경기 4승 1패 평균자책점 1.58로 쾌속 주행 중이다.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변하는 싱킹 패스트볼의 움직임을 높게 평가받았다. 카도쿠라의 바통을 이어받은 저마노도 6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2.70을 기록하며 움직임이 좋은 커브를 유감없이 뽐냈다.
메이저리그 콜업 가능성이 낮아지는 시점에 맞춰 좋은 선수를 뽑아온 스카우트의 능력도 칭찬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선수를 뽑아도 팀에서 제대로 적응시켜 주지 못한다면 국내 무대는 결코 녹록지 않다. 삼성은 매티스와 저마노를 당장 내보내지 않고 경기를 지켜보게 하는 동시에 2군에 투입해 맛보기 장을 만든 뒤 적응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1군에 올렸다. 구단의 노력도 분명 높이 사야 한다.
단순한 투자 만이 아니라 새 구성원을 팀의 일원으로 만드는 노력도 더욱 중요하다. 두 개의 카드를 모두 교체하고도 사상 첫 페넌트레이스 우승에 성공한 삼성의 노력은 분명 높이 평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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