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직행' 류중일 감독, 선동렬 감독과 달랐던 2가지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9.28 07: 00

'야통' 류중일 감독이 사령탑 부임 첫 해부터 페넌트레이스 우승이라는 일을 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이다. 선동렬 전 감독도 사령탑 데뷔 첫 해였던 2005년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선동렬 전 감독이 기존 삼성의 강한 전력을 잘 활용했듯 류중일 감독도 선 전 감독이 구축한 지키는 야구에 젊은 야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했다. 그러면서도 초보 감독으로서 자신만의 색깔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류중일 감독은 선동렬 전 감독과 무엇이 달랐을까.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로 선발투수 비중을 높였고, 둘째로 희생번트를 빈도를 줄였다. 이는 곧 삼성 전력의 극대화로 이어졌다.

▲ 높아진 선발 비중
선 감독은 선발보다 불펜에 비중을 둔 지키는 야구를 구사했다. 류 감독도 선 감독이 만들어놓은 최강 불펜을 중심으로 안정된 경기운용을 펼쳤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건 선발투수에 대한 비중을 높였다는 점이다. 선 감독이 투수교체 타이밍을 한 박자 빠르게 가져가며 선발투수보다 불펜투수들에 의존한 반면 류 감독은 선발투수들에게 최대한 긴 이닝을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류 감독은 "될 수 있으면 선발투수는 5회까지 내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5회 이전 조기강판이 49회였던 삼성 선발진은 올해 23회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삼성은 79승 중 선발승(41승)·구원승(38승) 비율이 비슷했다. 하지만 올해는 선발승(56승)이 구원승(22승)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선발승 비율이 51.9%에서 71.8%로 상승했다. 지난해만 해도 선발승 비율이 가장 낮은 팀이었지만 올해는 롯데(76.5%) 다음 높은 팀으로 변모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선발진 구성인원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벤치 운용이 많이 작용한 부분. 실험적인 성격이 강했던 6인 로테이션으로 선발과 구원 모두 체력적인 부담을 더는 일석이조 효과를 낳았다.
지난해 삼성은 퀄리티 스타트가 35회로 LG(34회) 다음으로 적었다. 올해는 롯데(67회)-KIA(60회)에 이어 3위(59회). 반면에 3실점 이하 투수를 6회 이전에 강판시키는 퀵후크 역시 지난해 58회에서 올해 32회로 줄었다. 선발진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버텨주다 보니 불펜에 대한 부하도 최대한으로 덜 수 있었다. 매우 이상적인 마운드가 구축된 것이다. 5이닝 조금 던지고 내려가는데 익숙했던 선발투수들은 "최대한 길게 던져 불펜 부담을 덜어주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삼성 선발이 7이닝 이상 2자책점 이하로 막은 경기도 14경기에서 27경기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선발투수의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도 5이닝에서 5.6이닝으로 향상됐다.
 
▲ 줄어든 희생번트
류중일 감독은 취임과 함께 공격적인 야구를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과감하게 희생번트를 줄이기로 했다. 선동렬 감독 체제에서 6년간 삼성은 희생번트 순위에서 4위권 밖으로 벗어난 것이 2006년(6위) 한 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삼성 타선은 강력하지 못했고 마운드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최소한의 점수를 짜내는 것이 필요했다. 모 코치는 "불펜 투수들이 강했기 때문에 선 감독님 심정을 누구라도 이해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 류 감독님은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최대한 맡기는 쪽으로 하다 보니 타자들이 위축되는 대신 책임감을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희생번트 108개로 이 부문 전체 2위였던 삼성은 올해 희생번트가 71개로 6위에 불과하다. 특히 류 감독은 "하위타순이 아닌 이상 1번타자가 출루해도 웬만해서는 5회 이전에는 번트를 대고 싶지 않다"고 공언했는데 그 말대로 5회 이전 희생번트가 32개로 가장적다. 지난해 5회 이전 희생번트가 61개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1회 희생번트는 지난해 9개에서 올해 불과 1개. 선수들도 "이번에는 번트겠지 싶었는데 또 강공 지시가 나오더라"며 놀랄 정도였다.
올해 삼성은 팀 타율이 2할6푼3리로 전체 6위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전형적인 공격야구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경기당 평균 4.8득점으로 이 부문 전체 2위에 올라있다. 한 번에 득점을 휘몰아치는 '빅이닝' 경기가 유독 많았는데 중요한 순간 과감한 강공 작전이 먹혀든 결과였다. 기대만큼 폭발하지 못하는 와중에도 뚝심있게 타자들에게 맡겼다. 그 결과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역전승(38승)을 거뒀다. 특히 6회 이후 역전승이 17승으로 타자들의 뒷심이 대단했다. 당장 큰 성과는 보지 못하더라도 장기적으로 강한 공격야구를 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했다. 타자들은 소극적인 스윙보다 적극적인 스윙을 할 때 공격성이 강해지는 법. 사자는 공격적이어야 사자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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