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시즌 개막전부터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에도 그는 마운드를 지켰다. 그리고 그의 이름 앞에는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좌완 차우찬(24).
류중일 삼성 감독은 3월 29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8개 구단 사령탑 가운데 가장 먼저 선발 투수를 예고했다. "우리는 자신있게 차우찬입니다". 데뷔 첫 개막전 선발 출격의 명을 받은 차우찬은 4월 2일 광주 KIA전서 5이닝 1실점(4피안타 3볼넷 3탈삼진)으로 호투하며 6-2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27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5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4볼넷 5탈삼진 3실점으로 소속 구단의 페넌트레이스 우승과 2년 연속 10승 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사냥했다.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27일 밤 차우찬과 전화 통화가 닿았다. 그에게 "페넌트레이스 우승 파티를 해야 하지 않냐"는 말을 건네자 "아직 이르다. 한국시리즈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차우찬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오늘도 직구 구속이 더 올라오고 컨트롤도 나아지는 등 여러모로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홈런이나 안타를) 맞으니 아쉽다. 컨트롤을 보완해야 한다. 몰리는 공이 많아 그런 것 같다. 이 부분만 고친다면 좋아질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차우찬은 이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1993~1994년 김태한 삼성 투수 코치 이후 17년 만에 좌완 선발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달성의 주인공이 됐다.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스승의 기록을 뛰어 넘고 싶었던 차우찬은 "10승을 달성하고 싶었고 최소한 10승은 하자고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타자들이 득점 지원을 많이 해주고 뒤에 있는 형들 덕분에 10승을 할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이제부터 자신의 힘으로 우뚝 설 각오.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준비해야 하니까 그땐 내 힘으로 잘 했으면 좋겠다". 차우찬은 개막전 선발 등판의 짜릿함을 잊을 수 없다. "개막전 선발 등판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감독님께서 믿어 주신 덕분이다. 아쉽게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지만 이길 수 있도록 보탬이 됐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잘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행스럽게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에 승리 투수가 되고 개인적으로는 2년 연속 10승을 달성하게 돼 정말 기쁘다".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확보한 뒤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차우찬은 투구 밸런스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 "지금도 상당히 고무적이다. 오늘도 공을 던지면서 '이 정도면 되겠다' 싶은게 몇 개 있었다. 아직 일정치 않아 자꾸 왔다갔다 하며 실전에서 볼넷을 허용하고 장타를 얻어 맞지만 조금 더 일정해진다면 볼넷을 줄이고 실점도 최소화 할 것이다". 류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은 뒤 "한국시리즈에서 차우찬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냈다.
차우찬 역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 나 또한 한국시리즈에서 선발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 선수는 성적으로 증명한다고 했던가. 차우찬은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셔서 보답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선수니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남은 기간동안 준비 잘 해서 한국시리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의 최종 목표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승. "솔직히 말해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하고 싶다. 승리 투수가 된다면 더욱 좋은 일이다. 마음 속으로는 두 가지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기 위해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아직은 그렇지 못하지만 목표는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등판이다". 말수가 적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편이지만 정상 등극을 위해 기선 제압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었다. 에이스의 이름으로 반드시 이뤄야 할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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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형준 기자=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