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아름답습니다.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기 때문인데요. 특히 수영 3.9km, 도로 사이클 180.2km, 그리고 마라톤 42.195km를 한 사람이 쉬지 않고 경기하는 철인3종 경기는 제한 시간 17시간 내에 완주하면 철인(Iron Man)'이라는 칭합니다. 물론 야구를 철인 3종 경기와 비교하는 것은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만 선수들이 느끼는 한 시즌 133경기는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하는 듯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전경기를 뛰는 이들에게 철인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팀 당 133경기를 펼쳐야 합니다. 지난 4월 2일 개막한 프로야구는 이제 팀 당 10 경기 이내로 남겨놓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이대호(29, 롯데), 전준우(25, 롯데), 강동우(37, 한화), 그리고 최형우(28, 삼성) 총 4명이 전경기 출장중입니다.

전경기 출장은 선수들이 꼭 한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어하는데요. 1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경기에 출장했다는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매일 치열한 선발 라인업 경쟁에서 승리해 출장했다는 점은 스스로에게 뿌듯함이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더불어 그 만큼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반증인 만큼 연봉과도 직결됩니다. 그러나 실력만 좋다고 전경기 출장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실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부상이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그 만큼 경기장 안팎에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먼저 '빅보이' 이대호는 올 시즌 129경기에 출장해 3할6푼3리의 타율(1위)에 174안타(1위) 27홈런(2위) 112타점(1위) 73득점을 기록하며 3관왕을 향해 순항중입니다. 지난해 타격 7관왕에 비하면 어딘가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2년만에 전경기 출장을 달성할 수 있어 보입니다. 이대호는 올 시즌 내내 무릎 부상 때문에 고전했습니다. 지금도 어느 정도 통증이 있지만 꾹 참고 뛰고 있습니다. 롯데가 정규시즌 2위를 달리는 비결이기도 하겠죠.
전준우도 생애 첫 전경기 출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준우는 올 시즌 롯데 1번타자를 맡아 129경기에 출장해 2할9푼3리의 타율에 154안타 11홈런 61타점을 기록중입니다. 득점 부문에서 KIA 이용규를 8개 차로 앞서 있어 생애 첫 타이틀 홀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전준우는 지난 7월 롯데가 LG와 한창 4위 싸움을 할 때 왼 종아리 근육 파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전경기 출장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전준우는 26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야구라는 운동 자체가 축구와 달리 계속 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첫 풀타임이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랐다. 체력보충도 많이 하고, 잠도 많이 잤다. 일단 끼니 때마다 밥을 잘 챙겨 먹는다. 한약도 잘 안 먹다 올해부터 부모님께 지어달라고 해서 먹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근육파열에 대해 묻자 전준우는 "펜스에 부딪치면서 근육 파열이 있었다. 치료는 했지만 계속해서 붓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런데 트레이너들이 치료를 잘 해줘서 큰 문제 없이 극복할 수 있었다. 아프긴 아팠는데 팀이 LG와 4위 싸움을 하고 있어서 빠질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삼성 최형우도 전경기 출장이 기대됩니다. 최형우는 125경기에 출장해 3할3푼3리의 타율에 149안타 29홈런 106타점 76득점을 기록 중입니다. 무엇보다 최형우는 생애 첫 홈런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8경기를 남겨둔 최형우는 4경기를 남겨둔 이대호에게 2개차로 앞서 있습니다. 최형우는 개인 기록 뿐 아니라 27일 두산을 물리치고 소속팀 삼성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에 그 의미는 매우 큽니다.
마지막으로 한화 외야수 강동우는 37세 노익장을 과시하며 전경기 출장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강동우는 126경기에 출장해 2할8푼의 타율에 138안타 13홈런 79득점을 마크하고 있습니다. 데뷔 13년만에 첫 전경기 출장을 앞둔 강동우는 "구단 내 코칭스태프와 트레이너가 관리를 잘 해준다. 내가 더 나가고 싶어도 경기 막판에 바꿔준다. 또 팀이 승패를 다툰 경기가 많아 쉬지 못한다. 왜 나라고 쉬고 싶지 않겠다. 아픈 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프다고 뒤로 빠지면 후배들도 그걸 보고 배우게 된다. 그래서 꾹 참고 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풀타임은 일단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부상도 당해보면서 어떻게 몸 관리를 해야 하는지를 직접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 어떻게 하면 부상이 오고 안 오는지를 안다. 특히 감기도 경기에 영향이 있다. 또 플레이를 소홀하게 하다 보면 부상이 올 수 있다. 슬라이딩도 주저하면 부상을 당한다. 과감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강동우와 전준우의 이야기를 통해 트레이너의 몸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선수들은 트레이너들을 어머니와 같은 분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표현처럼 이제는 프로야구에서 이들이 없으면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 자체가 어려움이 있습니다. 전경기 출장도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근육 파열을 극복한 전준우는 "아플 때 트레이너에 의존하게 된다. 근육파열 왔을 때도 트레이너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경기 출장은 불가능했다. 1군에 트레이너가 3명 밖에 없는데 선수들이 많아서 많이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프로야구에서는 트레이너의 중요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를 갔는데요. 당시 12개 팀을 돌았습니다. 모든 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트레이너의 숫자도 많았고 이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습니다. 선수들 역시 트레이너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는데요.
그런데 현재 한국프로야구의 경우 트레이너의 중요성에 대해서 구단들의 인식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선수들에게 꼭 필요한 이들인데 계약직인 이들이 많고요. 그 숫자도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구단 트레이너는 새벽 늦게까지 선수들의 몸을 만져주고 있었습니다.
대표팀 경험이 풍부한 이진오 롯데 수석 트레이너는 전경기 출장중이 이대호와 전준우에 대해 "이대호는 팀의 4번 타자니까 발목과 무릎에 통증이 있지만 책임감이 강했던 것 같다. 이대호는 작년에 로이스터 감독 있을 때 팀에 대한 정신력과 책임감을 많이 배운 것 같다. 전준우는 근육 파열이 있었다. 걷기도, 뛰기도 힘들었을 텐데 정신력으로 극복했다. 답이 없었다. 밤새도록 치료를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롯데의 경우도 부상선수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아프다. 원정가면 새벽 3~4시까지 치료를 한다. 트레이너가 많아지면 선수들이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아픈 선수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트레이너 숫자가 많이 부족하다. 한국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트레이너와 전력분석이 발전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월요일이 쉬는 날이다. 그러나 그날도 선수들과 함께 병원에 간다. 힘들지만 선수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피로를 잊게 한다"며 웃더군요.
전준우는 올 시즌 전경기 출장을 계기로 KIA 최태원 코치가 보유하고 있는 1014경기 연속 출장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는데요. 그는 "철인이라는 말은 체력이 그만큼 좋아야 한다는 뜻인데 아직은 시작하는 단계다. 몇 년 더 풀타임을 뛰어야 철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회가 된다면 한번 도전해보고 싶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아무쪼록 올 시즌 무더위가 잔 부상 속에서도 133경기 완주를 앞둔 4명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더불어 이들이 건강할 수 있게 도와준 소속 구단 트레이너들에게도 수고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