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 이야기 하지만 내가 상수 나이 때는 저렇게 못했다니까".
27일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올 시즌 정규시즌의 최종 승자가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경기였기에 양 팀 덕아웃은 마치 올스타전 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직넘버 '1'을 남겨둬 사실상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확정지은 삼성 류중일(48) 감독은 원정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만나 시종일관 미소지으며 우승의 원동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화제가 되었던 선수는 주전 유격수 김상수. 김상수는 올 시즌 박진만이 SK 와이번스로 이적해 전력 공백이 우려됐지만 주위의 예상을 비웃듯 타율 2할8푼6리 2홈런 46타점 50득점 28도루(27일 현재)로 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로 발돋움하고 있다. 본인의 성적에 팀 순위까지 받쳐 주니 내심 골든글러브를 노려볼만 하다. 그렇지만 걸림돌은 실책 숫자. 골든글러브 경쟁자인 한화 이글스 이대수(10개), KIA 타이거즈 김선빈(9개)에 비해 2배를 상회하는 22개의 실책이 걸린다.

그렇지만 류 감독에게 김상수의 실책 숫자는 중요치 않았다. 류 감독은 "실책은 야구를 하다 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며 김상수를 감싸고는 "문제는 실책이 얼마나 실점과 연결되는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비수의 그 실책으로 인해 경기에서 지면 그게 수비를 못하는 것"이라면서 "근데 그 실점 위기를 동료들과 함께 잘 막으면 실책이 많아도 묻어서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것은 류 감독의 기억과는 다르게 김상수가 실책을 범한 날 삼성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김상수는 22경기에서 모두 22개의 실책을 범했다. 그리고 이 경기에서 삼성의 성적은 9승 12패 1무, 승률 4할2푼9리로 27일 현재 삼성의 성적인 6할1푼8리보다 뒤진다. 물론 김상수가 범한 실책이 모두 득점으로 이어지지도 않았고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날도 적었지만 당장 드러나는 성적은 좋지 않았다.
김상수가 실책을 범한 날 승률이 좋지 않음에도 류 감독이 김상수를 아끼는 이유는 수비에서 승리를 가져다 줄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상수가 쉬운 타구를 처리할 때 조금은 방심해 실책을 범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하지만 상수는 팀이 어려운 순간에 어려운 타구를 잘 잡아내 승리를 지켜낼 때가 더 많다"고 밝혔다. 그런 '복덩이' 같은 김상수이기에 몇 번의 실책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류 감독은 "거듭 강조하는 말이지만 지금 상수는 대학교 3학년 나이"라며 "내가 상수 나이 때 국가대표를 하긴 했지만 지금 상수처럼 야구 못했다"며 웃었다. 이어 "방망이 치고 주루하고 수비하는 것 모두 당시 내가 상수 나이때보다 지금 상수가 훨씬 낫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상수 입장에서는 팀의 감독이자 전설적인 유격수 선배에게 최고의 찬사를 받은 셈.
끝으로 류 감독은 "유격수 골든글러브 우리 상수가 타는거 아닌가"라고 말하며 껄껄 웃었다.
결국 이날 경기에서 삼성은 두산을 5-3으로 제압하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2006년 이후 5년 만의 우승이라 기쁨은 더했다.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김상수의 골든글러브 수상이 더욱 유리해진 상황. 김상수 역시 "팀이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저도 골든글러브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요?"라며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이제 마지막 남은 단계는 한국시리즈 우승. 김상수가 지난해 플레이오프(19타수 9안타 타율 0.474)에서 보여줬던 활약을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재현한다면 골든글러브 수상이 꿈만은 아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