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제대로 보여줬어야 했는데. 고비마다 아프니 내가 다 안타깝더라".
잠재력을 꽃 피우는 듯 했던 좌완은 잇단 부상에 발목잡히며 한창 전성기를 맞이할 나이에 늦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좌완 이현승(28. 두산 베어스)을 바라보는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의 이야기에는 안타까움이 더해졌다.

이 위원은 지난 27일 잠실 두산-삼성전을 앞두고 이현승과 이야기를 나눴다. 2009년 13승을 따내며 생애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뒤 이듬해 두산으로 이적한 이현승은 팔꿈치-어깨-허리로 이어진 부상 릴레이 속 3승에 그쳤다. 올 시즌 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던 이현승은 47경기 3승 5패 4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5.17(27일 현재)로 다시 한 번 안타까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좌완 유망주 금민철에 현금 10억원을 얹어 데려온 이현승이었던 만큼 두산 팬들의 아쉬움도 컸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현승은 2009시즌 하순부터 팔꿈치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두산 측도 이현승의 팔꿈치가 그리 좋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우승을 목표로 데려왔다.
일단 한 시즌 우승이 달렸고 이현승 또한 2010시즌 맹활약으로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 금메달을 따낸다면 많은 것이 해결된다는 장미빛 시나리오를 꿈꿨던 것. 그러나 상황은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갔다.
팔꿈치 통증을 참고 마운드에 오르던 이현승은 결국 어깨에 탈이 나 한동안 재활군에 머무르기도 했다.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5차전서 현대 입단동기 장원삼과 함께 빼어난 투수전을 벌인 것이 지난해 이현승의 최고 쾌투였다. 올 시즌 선발이 아닌 롱릴리프 스윙맨으로 몸을 만들었던 이현승은 지구력이 금방 바닥나는 모습으로 또 한 번 아쉬움을 샀다. 팔꿈치 통증도 다시 그를 옥죄었다.
"선발로 기회를 잡았을 때 잘 던졌으면 좋았을 텐데.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처럼 앞으로 던질 수 있겠냐. 아프지 말아야지"라는 이 위원의 애정어린, 그러나 선수에게는 가슴 아픈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근 이현승의 몸 상태는 전보다 나아진 상태지만 이미 시즌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 효주를 얻고 가정을 꾸린 이현승이지만 그는 올해를 끝으로 상무에 입대해야 한다.
"저도 많이 아쉽지요. 건강했더라면". 앞으로 2년 간 군 팀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할 수는 있겠지만 2년 간 많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때문인지 라커룸으로 향하는 이현승의 두 어깨는 축 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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