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페넌트레이스 우승 깃발을 뽑던 날, 넥센 히어로즈는 비극적인 시즌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넥센은 27일 문학 SK전에서 패하면서 시즌 성적 48승2무76패가 돼 시즌 최하위를 확정했다. 이날 패배로 7위 한화(56승2무68패)와 8.5경기 차로 벌어지면서 앞으로 남은 7경기를 모두 이기고 한화가 남은 7경기를 모두 져도 순위를 뒤집을 수 없게 된 것이다.
2008년 현대 유니콘스를 대체해 제 8구단으로 창단한 히어로즈는 빈약한 선수 자원으로 인해 첫해 7위, 2009년 6위, 2010년 7위로 하위권을 맴돌았으나 한 번도 시즌 최하위를 기록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넥센은 이날 패배로 창단 후 4시즌 만에 처음으로 시즌을 최하위로 마감하게 됐다.

그러나 시즌 초부터 이런 추락을 예상하지는 않았다. 넥센은 4월 시즌 초반이긴 했지만 공동4위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러나 롤러코스터와 같은 연승, 연패 행진 속에서 넥센은 결국 8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 시작의 설렘과 희망 '4월'
넥센은 4월 10승13패를 거두면서 6위를 기록했다. 넥센은 첫 9경기에서 4승5패를 기록하며 4월 13일 광주 KIA전까지 공동 4위에 올랐다. 시즌 초반이니만큼 한 경기 한 경기의 결과에 순위는 요동쳤고 넥센은 4위에서 7위를 하루마다 오갔다. 그러나 넥센은 계속해서 3할대 후반과 4할대 초반의 승률을 기록하며 지난해 7위 이상도 달성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에 찼다.
특히 넥센은 4월 26~28일 목동 한화 3연전을 모두 휩쓸며 시즌 첫 스윕을 달성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선발 금민철이 건재했고, LG에 가기 전의 송신영은 이 3연전에서 3경기 연속 세이브를 올렸다. 넥센은 4월 홈경기 14번에서 9승5패를 기록하며 홈에만 서면 선두 부럽지 않은 승률로 '막강 홈경기'의 서막을 알리기도 했다.

▲ 꽃도 지고 넥센도 지고… '5,6월'
5월 들어 넥센은 7승16패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5월 5일 어린이날 목동 KIA전에서 승리하며 팀 창단 후 어린이날 4전 전승을 달성할 때만 해도 분위기는 좋았다. 그러나 바로 뒤 8일 어버이날부터 시작된 4연패, 그리고 1승 뒤 다시 까마득한 8연패는 넥센의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넥센은 결국 5월 22일 문학 SK전에서 패하며 8위로 처음 추락했다.
넥센은 이어 6월에도 4연패 한 번과 5연패 한 번 등 연패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7승13패 최하위를 유지했다. 불패신화를 자랑했던 홈경기 성적도 6월에만 3승 7패. 시즌 17승19패로 '-'로 돌아섰다.
▲ 그냥 지지 않는 고춧가루 '7,8월'
넥센은 7월 들어 7승5패를 기록하며 반전을 꾀했다. 처음으로 월별 승패차가 '+'를 기록했다. 7월에만 9번의 우천 연기와 1번의 우천 노게임 선언으로 체력을 비축했다. 넥센은 특히 7월 19일부터 목동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3연전을 모두 휩쓸며 4연승으로 기분좋게 전반기를 마감했다. 3일 모두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마지막 21일 승리하며 올시즌 앙숙인 LG와의 상대 전적에서도 6승5패로 우위를 점했다.
넥센은 8월도 12승11패로 호전했다. 8월 LG에서 트레이드된 심수창과 박병호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박병호는 8월 타율 3할7리, 홈런 6개로 월간 홈런 1위를 차지하며 팀의 4번타자로 자리잡았다. 심수창도 18연패를 끊고 8월에만 2승(3패)을 책임졌다. 넥센은 8월 23~25일 잠실 LG전을 스윕하며 LG전 6연승으로 LG에 유독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시즌 후반 선전하며 한때 7위 한화를 한 경기 차로 바짝 쫓던 넥센은 9월 들어 1일 잠실 두산전 이후 5연패에 빠지는 등 다시 고전을 거듭했다. 결국 27일 문학 SK전 패배로 최하위의 수모를 안았다. 23일부터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3연전에서 3경기 연속 영봉패의 굴욕을 당한 것이 넥센으로서는 마지막 호흡기를 뗀 셈이 됐다.
넥센은 결국 27일 트레직 넘버를 '0'으로 맞추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러나 넥센이 올 시즌 보여준 분전은 한국 프로야구에서 영원한 강팀과 영원한 약팀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였다. "순위는 숫자일 뿐,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던 김시진 넥센 감독의 말처럼 넥센이 시즌 끝까지 드라마틱한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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