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난 지구의 중심'으로 데뷔
2003년 내가네트워크 설립 "우린, 남들이 안하는 걸 한다"
웅장한 교향곡을 연상케 하는 장르도 불분명한 댄스곡, 소름끼치는 '돌고래 고음', 전경과 대치하며 혁명을 꿈꾸는 파격 뮤비. 현재 모든 음원차트 1위를 휩쓸고 있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이하 브아걸)의 정규4집 '식스센스'의 핵심 아이템이다.

그리고, 이 획기적인 콘텐츠 뒤에는 스스로 '괴짜'라고 인정하는 가수 출신 제작자가 있다. 브아걸의 소속사 내가네트워크를 8년째 이끌고 있는 대표이사 랜스(Lance)다. 1990년대 본명 최윤석으로 가수 활동을 했던 그는 이제 브아걸이라는 신뢰도 높은 브랜드를 키워낸 제작자로서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최근 만난 그는 모험에 따르는 두근대는 심정과, 다른 그룹들과는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브아걸 4집은 1~2집 당시의 시원시원한 음악을 원하는 팬들의 니즈와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나가길 바라는 팬들의 니즈를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해 고심했어요. 단순히 트렌디하거나 귀에 듣기 쉬운 음악은 브아걸이 안해도 파릇파릇한 걸그룹이 많이 할 거잖아요.(웃음) 적어도 브아걸이 음악을 만들었다 하면 대한민국 음악씬에서 놀랄만한, 새로운 걸 만들어내야 되지 않겠어요."
새로운 것, 하면 내가네트워크가 그동안 꾸준히 추구해온 것이 맞다. 아직도 '아브라 쇼크'로 회자되고 있는 '아브라카다브라'의 충격적인 사운드와 무대는 물론이고, 난해하고 몽환적이었던 나르샤의 '삐리빠빠', 난데없이 탱고 장르를 꺼내든 가인의 '돌이킬 수 없는' 모두 '헉' 소리 나는 무대였다.
"'남들이 안하는 걸 한다'는 게 제 철칙이에요. 음반제작업은 손목을 자를 각오하고 도박장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어차피 확률이나 시스템으로 극복될 수 있는 사업이 아니잖아요. 만약 확률이 통하는 사업이라면, 자본력 있는 회사가 다 하고 있겠죠."

새로운 게 나올 때까지 큰 돈을 투자하고, 대중 앞에 과감하게 선보이는 '고집'은 내가네트워크를 다른 기획사들과 크게 차별화시키는 요인이다. 이같은 성향은 랜스가 가수 시절 발표한 곡에서도 충분히 드러난다. 1994년도에 발표한 데뷔곡 제목은 '난 지구의 중심'. 1997년 발표한 앨범 제목은 '변비', 타이틀곡은 '사고뭉치'였다. 그러고보면, 회사 이름도 '내가'다.
"박진영씨와 데뷔 시기가 비슷해요. 그분은 '날 떠나지마'로 성공했고, 전 PR 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망했죠. 2집도 냈는데, 그로테스크한 록 음악이었어요. 2000년에 접어들면서 내가 제작자로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고, 유명 프로듀서 윤일상과 함께 내가네트워크를 설립했죠. 처음 기획한 앨범은 이지라이프의 '너 말고 니 언니'였어요. 독특한 감성의 참 좋은 곡이었죠.(웃음)"
브아걸은 실력 좋은 여성 보컬 그룹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시작한 그룹이다. 그러나 일레트로닉 음악으로 방향을 급선회, 걸그룹 대열에 합류했다. 전례를 찾기 힘든 독특한 행보다.
"브아걸은 인동초 같은 그룹이에요. '제2의 빅마마'로 시작해서, 퍼포먼스 그룹으로 포지션을 옮긴 후 수많은 걸그룹과 외나무 혈투를 벌이고 살아남았거든요.(웃음)"
내가네트워크의 다음 작품은 랜스 본인의 가수 컴백 앨범이 될 수도 있다. 요즘에도 가사를 써서 이민수 작곡가에게 곡을 의뢰하곤 하는데, 자꾸 퇴짜를 맞고 있단다. 물론 신인 그룹들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기가 막힌 그룹들이 많이 준비돼있죠. 오디션도 많이 봐요. 그런데 내가네트워크는 노래만 본다는 인식이 강해선지, 예쁜 사람들이 안와요. 예쁜 분들도 맘 놓고 오셔도 됩니다. 우리가, 노래 잘 하게 만들어드립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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