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주키치 공포증은 없다.
28일 대전구장. LG와 시즌 마지막 대전 홈경기를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팀 내 유일 3할타자 이대수가 오른발 뒷꿈치 부상으로 선발에서 빠진 가운데 LG 선발이 외국인 좌완 벤자민 주키치인 까닭이었다.
한대화 감독은 "오늘 선발 라인업에 참…"이라며 말끝을 잇지 못하더니 "상대가 주키치라서 걱정이다. 우리가 주키치의 공에 아주 약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실제로 올 시즌 주키치는 한화를 상대로 7경기에서 4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1.82로 초강세를 보였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는 31이닝 동안 1득점을 뽑는데 그쳤다.

지난달 5일 잠실 경기에서는 8회 2사까지 퍼펙트를 당하는 수모도 겪었다. 결국 한대화 감독은 이날 좌타자 카림 가르시아를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 주키치에게 강한 이양기를 3번 타자로 기용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올해 가르시아는 주키치에게 삼진 4개 포함 9타수 무안타로 철저하게 눌렸었다. 반면 이양기는 주키치의 퍼펙트를 깨는 안타를 날리는 등 10타수 3안타로 강했다.
한 감독의 승부수는 적중했다. 에이스 류현진이 1회초 선취점을 내줬지만 1회말 반격에서 곧바로 반격했다. 강동우가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잡은 1사 2루 찬스에서 이양기는 주키치와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투수 정면으로 향하는 타구를 날렸다. 주키치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타구는 2루쪽으로 느리게 향했고, 그 사이 2루 주자 강동우가 홈을 밟으며 이양기까지 2루 베이스로 진출했다. 적시 2루타.
계속된 2사 2루에서 4번타자 최진행도 깨끗한 중전 안타를 터뜨리며 2루 주자 이양기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최진행은 지난 5월10일 잠실 경기에서 연타석 홈런을 작렬시킨 바 있다.
4회에도 한화는 오재필이 우익수와 2루수 사이 사각지대에 떨어지는 행운의 2루타를 터뜨린 뒤 상대 실책에 힘입어 추가점을 올렸다. 5회에는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이양기가 주키치로부터 좌익선상으로 날카롭게 빠져나가는 2루타를 작렬시켰다. 7회에도 1사 후 강동우의 좌중간 안타와 한상훈의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적시 2루타로 주키치를 마운드에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6⅓이닝 8피안타 2볼넷 2탈삼진 4실점. LG 타선이 경기를 뒤집지 못하며 주키치는 한화전 8경기 만에 첫 패배를 당했다. 올해 주키치를 상대로 13타수 5안타 타율 3할5푼8리를 기록한 이양기는 경기 후 "내가 바로 주키치 킬러 아닌가"라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올해 주키치를 공략에 실패하며 LG전 6승12패1무로 열세를 보인 한화는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멋지게 설욕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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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대전, 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