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최하위' 볼티모어를 통해 본 LG의 방향성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9.29 07: 01

미국프로야구(MLB)가 29일(이하 한국시간)을 끝으로 올 시즌 정규리그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무엇보다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은 최종전에서 가려질 정도로 혈전을 벌였다. 마지막 순간까지 명승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이 탈락된 팀들이 최선을 다한 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28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전이 그 예다. 볼티모어는 올 시즌도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68승93패(승률 4할2푼2리)로 최하위다. 97승64패(승률 6할2리)로 1위를 달리고 있는 양키스에 무려 29경기 차이다. 볼티모어는 누가 봐도 약팀이고 시즌 종료까지 특별한 목표가 없기에 느슨한 플레이를 예상할 수 있다.
반면 보스턴은 올 시즌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중 한 팀이었다. 볼티모어와 같은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를 달리던 보스턴은 최근 10경기에서 2승8패로 부진에 빠지며 탬파베이와 와일드카드공동 1위가 됐다. 이날까지 남은 경기는 2경기였고 만약 패했다면 탬파베이에 추월을 당할 수 있었다.

경기 초반 모처럼만에 타선이 터진 보스턴은 7회까지 볼티모어에 8-4로 앞섰다. 보스턴에게는 1승이 간절했지만 볼티모어에게는 이기고 지는 것이 올 시즌 전체를 놓고 볼 때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볼티모어는 느슨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경기였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예상 밖으로 선전했다.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보스턴을 압박하며 상대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볼티모어는 8회 보스턴 '셋업맨' 대니얼 버드를 상대로 2점을 쫓아가 6-8을 만들었다. 9회에는 보스턴 마무리 조나단 파펠본을 상대로 한 점을 더 뽑아냈다. 비록 7-8로 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볼티모어는 홈팬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반면 29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전에서 LG의 플레이는 볼티모어와 비교됐다.
LG는 올 시즌 초반 연전연승을 거두며 6월 중반까지 줄곧 2위를 지켰다. 9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이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6월 중순부터 부상선수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면서 연전연패로 돌아섰다. 지난주에는 포스트시즌 진출도 좌절되면서 9년 연속 가을야구와 멀어졌다. 선수단은 큰 상실감에 빠져 5위 마저 위태로운 상황이 됐다.
이날 경기만 봐도 현재 LG의 상황을 알 수 있다. LG는 1회말 수비 때 보이지 않는 실책을 2개나 했다. 1사 2루에서 이양기의 타구가 주키치 글러브 맞고 1타점 2루타가 됐다. 문제는 1루타로 막았어야 할 타구를 2루까지 허용했다는 점이다. 2루수 백창수가 공을 빠르게 쫓아가지 않았다는 점, 이진영은 공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늦게 판단했다. 또 있었다. 2사 후 신경현의 1루수 플라이 때 이택근이 놓쳤다. 다행히 다음 공에서 신경현을 1루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쳐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4회에도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1사 후 2루수 백창수와 우익수 이진영이 오재필의 타구를 쫓다 콜 플레이를 하지 않다 우측 선상에 공이 떨어지며 2루타를 허용했다. 백창수가 주전 2루가 아닌 만큼 호흡이 맞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에 콜 플레이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다음에도 나왔다. 오재필이 3루 도루를 시도하자 포수 조인성은 3루에 송구했다. 그러나 3루수 정성훈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지도 않았다. 조인성의 송구는 원바운드가 되면서 뒤로 빠져 실점으로 연결됐다. 그러자 선발투수인 벤자민 주키치(29)는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거친 언어를 사용하며 자신의 감정을 분출했다.
수비 뿐 아니라 타자들의 모습은 어땠을까.
볼티모어는 4-8로 뒤지던 8회 선두타자 맷 위터스가 안타를 치고 나갔다. 이어 후속 타자인 아담 존스은 6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2루수 앞 땅볼을 쳤다. 1루 주자 위터스는 2루수의 태그를 피하기 위해 슬라이딩까지 하며 태그를 피해 병살을 면하며 2루에서 살았다. 그의 슬라이딩은 선수들의 투지를 끌어내며 크리스 데이비스의 적시타와 놀란 레이몰드의 3루타까지 이어지며 2점을 뽑아냈다.
보스턴은 9회 마무리투수 파펠본을 올렸다. 파펠본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로 한국으로 치면 삼성의 오승환, 한화의 바티스타급이라고 보면 된다. 파펠본은 올 시즌 62경기에 등판해 4승무패 31세이브 평균자책점 2.69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볼티모어의 선전은 9회에도 이어졌다. 선두타자 J.J 하디가 중전안타로 출루하자 후속타자 닉 마카키스가 무려 12구까지 가는 끈질긴 승부 끝에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그 사이 1루 주자는 2루까지 가서 어찌됐건 진루타가 됐다. 이어 블라디미르 게레로의 좌전안타로 만든 1사 1,3루에서 맷 위터스는 3구째만에 포수 앞 땅볼로 아웃됐다. 천천히 뛸 수 있는 타구였지만 그는 1루까지 최선을 다해 뛰어 간발의 차이로 아웃됐다. 한 점 차로 추격한 볼티모어는 후속타자 아담 존스가 비록 삼진을 당했지만 10구까지 가는 끈질긴 모습을 보였다. 볼티모어는 최선을 다했다.
반면 LG는 2-3으로 한 점 뒤진 8회 선두타자 이진영이 7구 만에 3루수 라인드라이브로 아웃됐다. 그러나 이후 이택근과 박용택은 모두 3구만에 아웃됐다. 9회에도 선두타자 '큰' 이병규는 2구만에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났다. 이어 정병곤과 대타 윤상균도 각각 5구와 4구만에 삼진과 우익수 플라이에 그치며 2-4로 완패했다.
LG는 지난 25일 잠실 SK전에서 2-3으로 뒤지던 8회 상대 실책 2개를 묶어 4-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에는 1만명이 넘는 LG팬들이 입장해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응원했다. 팬들은 LG가 이겼다는 것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는데 보람이 있었다.
LG는 올 시즌 126경기를 치러 58승1무67패를 기록하며 5위를 달리고 있다. 6위 한화와는 불과 한 경기, 7위 두산과는 한 경기 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비록 4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5위도 의미는 있다. 더불어 LG는 올 시즌 이미 홈관중 115만명을 돌파했다. 아직 7경기나 남았다. 팬들은 벌써부터 삼성과 최종전에 갈 마음을 갖고 있다. 승패를 떠나서 시즌 마지막 경기인 만큼 선수들을 응원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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