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1군 등판이 선발 경기. 세 개의 사사구를 연달아 허용한 뒤 만루 홈런으로 순식간에 4실점하자 비로소 자기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 1순위(전체 6순위) 신인 우완 최현진(19)은 기록보다 더 값진 투구를 보여줬다.
올 시즌 충암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순위로 입단한 신인 최현진은 29일 잠실 KIA전서 1회 아웃카운트 없이 세 개의 사사구 이후 만루홈런을 내주며 아웃카운트 없이 4실점했다. 그러나 이후 KIA 타선을 잘 막아내며 4⅔이닝 1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5개) 5실점으로 1군 데뷔 첫 등판을 마쳤다. 최현진은 5회 2사 1,2루서 사이드암 김성배에게 바통을 넘기고 물러났다.

1회초 첫 아웃카운트를 잡기까지 최현진의 투구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김선빈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최현진은 신종길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를 뺏고도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무사 1,2루를 자초했다. 안치홍까지 볼넷으로 나가며 무사 만루가 된 순간.
경기 전 최현진은 코칭스태프로부터 '이용규와 함께 가장 경계해야 할 타자'로 꼽힌 나지완에게 3구 째 몰린 직구(137km)를 던졌다가 좌중월 선제 만루포를 내주고 말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현진의 데뷔 첫 등판은 완전한 실패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최현진은 5회 2사까지 안타와 볼넷을 내주지 않는 투구를 펼쳤다. 5회 2사에서 김선빈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기는 했으나 2~4회는 많은 감독들이 바라는 '경제적 운영을 하는 선발 투수'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현재 최현진은 당장보다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상무에 입대 지원서를 넣고 1차 합격 결과를 기다리는 중. 1군 데뷔전서 좋은 기록을 보여주지 못한 최현진이지만 2~4회 과감한 투피치 투구는 분명 높이살 만 했다.
강판 후 최현진은 "경기 전 불펜에서 몸 풀때까지는 평상시와 똑같았다. 그러나 경기 시작과 함께 KIA 팬들의 함성이 퍼지자 아무 생각도 안나고 아무 것도 안들리고 아무 힘도 안 들어가고 포수 (양)의지형 밖에 안 보였다"라며 얼떨떨했던 경기 초반을 이야기했다.
뒤이어 최현진은 "만루홈런을 맞고 나니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왔다. 1회를 빼놓고는 아무 후회가 없다"라며 "그동안 2군에서는 주로 직구를 던졌는데 직구 제구가 흔들려 의지형이 변화구 사인을 많이 냈다. 생각보다 변화구가 잘 들어갔다. 커브-슬라이더-커터를 던졌다"라는 말로 데뷔전을 자평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