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품은 조성환, 거인 군단의 'PS 조커'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1.09.30 10: 52

"시즌 내내 제 몫을 못했지만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만큼 분명히 잘 해낼 것이다".
포스트시즌 같은 큰 무대에서는 경험이 풍부한 고참들의 활약이 중요하다. 양승호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내야수 조성환의 활약을 기대했다. 정규 시즌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조성환이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관록과 책임감을 주목했다.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2008년 복귀한 조성환은 거인 군단이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뛰어난 성적 뿐만 아니라 주장으로서 팀을 이끄는 능력까지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조성환은 29일까지 타율 2할4푼1리(399타수 96안타) 6홈런 36타점 9도루로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조성환에게 'PS 조커' 이야기를 꺼내자 "그동안 얼마나 도움이 안 됐으면 조커라고 표현했을까"라고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정규 시즌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게 사실"이라는 조성환은 "조금 더 도움이 된다면 기존 선수들과 잘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너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조성환은 "정규 시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니 갑자기 기대치가 확 오르진 않는다. 시즌 초반보다 기대치가 낮아졌으니 조금만 더 잘 해도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않겠냐. 정규 시즌보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팀 입장에서는 보너스 아니겠냐"고 쓴웃음을 지었다.
만족할 수 없는 성적표를 받은 조성환은 "남은 경기만이라도 잘 하고 싶다"고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다.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줬다. 나 자신에게 가장 실망스럽다. 가족들에게 1년 내내 미안하다. 그나마 다른 선수들이 잘 해준 덕분에 티가 나지 않았을 뿐이다. 동료 선수들에게 고맙고 팀에 미안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무너질 그가 아니다. 선수 생명을 위협할 만큼 큰 부상을 당하더라도 보란듯이 그라운드에 복귀한 조성환이기에. 그는 "마지막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마음 고생했던 그는 더 이상 민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했다. 조성환은 "타순과 위치에 관계없이 존재감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성환은 경기가 열리기 전 그리고 중요 상황마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한다. "남은 4경기와 포스트시즌에서 기도가 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조성환은 틈날때면 정규 시즌 때 좋았던 모습 또는 환희의 순간을 상상하곤 한다.
그는 "시즌 내내 좋지 않았는데 갑자기 확 좋아지길 바라는 것보다 양 감독님을 비롯해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 등 내게 믿음의 시선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의 기대에 보답하고 싶다. 1년 내내 힘들었지만 남은 기간에는 기도가 통했으면 한다"고 간절히 바랐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조성환은 주먹을 불끈 쥐며 이렇게 말했다. 중심 타선에서 벤치로부터 번트를 지시받는 입장이 됐지만 "모든게 내 탓"이라고 여겼다.
"그런 상황을 만든게 내 잘못이다. 그래서 감독님께 죄송하다. 내가 경기에 나가지 않는게 도움이 된다면 감수할 수 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게 내 바람이다. 그라운드 위에서 치고 받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벤치에서 할 일도 있고 후배 선수들을 다독이는 것도 고참의 임무다".
겸손하고 책임감이 강한 그는 끝까지 자신을 낮췄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다. '거인 군단의 정신적 지주' 조성환의 드라마틱한 활약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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