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격수 GG 경쟁, 짧은 다리의 역습?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9.30 07: 00

야구선수 치고는 왜소한 체격. 그러나 타구를 쫓고 치고 달리는 그들의 발걸음은 그 어떤 거인 못지 않게 위협적이다. 2011시즌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향해 달려가는 이들의 발걸음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2011시즌 종료가 눈 앞으로 다가온 시점. 지난해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강정호(24. 넥센)는 119경기 2할7푼7리 9홈런 62타점 12실책(29일 현재)으로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2연속 수상의 길이 험난하다.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은 둘째치고 생애 첫 수상을 노리는 경쟁자들이 워낙 쟁쟁하기 때문이다.
'짧은 다리의 역습'을 노리는 3인방은 이대수(30. 한화), 김선빈(22. KIA), 김상수(21. 삼성)다. 이대수의 키는 175cm이며 김선빈은 165cm, 김상수도 175cm로 평균적인 프로 선수들에 비해 신장이 작은 편. 그러나 이들은 모두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로 맹위를 떨치며 데뷔 후 첫 골든글러브를 향해 큰 걸음을 옮기고 있다.

1999년 말 쌍방울 신고선수로 프로 무대를 두드렸으나 선수단 공중분해로 1년을 쉰 뒤 2001년 SK 신고선수로 입단, 프로 데뷔 재수생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이대수는 올 시즌 커리어하이 성적을 올리고 있다. 데뷔 첫 올스타전 출장 등 뜻깊은 한 해를 보내는 이대수는 117경기 3할6리 8홈런 49타점 10실책으로 맹타와 호수비를 모두 보여주고 있다. 최약체 평가를 받던 한화가 5위 자리도 넘볼 수 있는 저력의 근원으로 자리잡은 이대수다.
 
특히 경쟁자들 중 유일하게 3할 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이대수가 지닌 커다란 장점이다. 과거에 비해 공수를 겸비한 유격수들이 많아졌으나 3할 타율을 동시에 기록하며 내야 심장부를 맡기는 결코 쉽지 않다. 지난해 강정호가 골든글러브를 받을 수 있던 데는 3할1리의 타율도 한 몫 했다. '3할 유격수'라는 수식어가 주는 의미가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생각지 못했던 기회가 찾아와 약간 의식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너무 욕심 내면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 않나. 의외의 산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 편하게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겠다". 시즌 후 둘째 아이를 얻을 예정인 이대수는 기분 좋게 시즌을 마무리하는 데 더 의의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욕을 부리지 않는 만큼 페넌트레이스 종료 때도 경쟁자 중 가장 좋은 개인성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화순고 시절 넘치는 야구 센스를 자랑했으나 작은 체구로 인해 굉장히 저평가된 2차 6순위 지명에 그치는 아쉬움을 샀던 김선빈. 그러나 김선빈은 숨겨져있던 센스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96경기 2할9푼1리 4홈런 47타점 21도루 9실책을 기록 중이다. 시즌 중 갑작스럽게 직선타구를 안면에 맞는 불운에도 불구, 예상을 뛰어넘는 조기 복귀에 이어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팀의 호성적을 위해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시즌 전 김선빈은 "2009년 엔트리에도 들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쉬웠다. 이번에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끄는 주전 유격수가 되고 싶다"라며 뜨거운 각오를 이야기했다. 최근 타격 페이스가 떨어지며 폼 교정에 집중하고 있는 김선빈인 만큼 목표인 '3할 유격수'를 향해서는 남은 3경기서 굉장한 맹타를 때려내야 한다. 또한 포스트시즌에서도 맹활약을 펼쳐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123경기 2할8푼5리 2홈런 46타점 29도루 22실책의 김상수는 팀의 페넌트레이스 우승을 이끌었다는 가장 큰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 이대수, 김선빈 등 선배들이 작은 체구로 인해 실력이 저평가되며 드래프트서 손해를 봤던 것과 달리 김상수는 경북고 시절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를 인정받아 고교 유격수 최대어로 평가받았다.
 
특히 김상수는 베테랑 유격수 박진만(SK)의 이적으로 넘겨받은 임무를 제대로 소화하며 류중일 감독의 근심을 날려버렸다. 류 감독 또한 "골든글러브는 우리 상수 아닌가"라며 한국시리즈 직행의 공신 중 한 명이 김상수였음을 상기시켰다. "주전 유격수로 나선다는 것이 부담이 된다기보다 오히려 기대되었다"라며 무서운 아이의 면모를 뽐낸 김상수.
 
그는 "올해 마지막 경기까지 제대로 집중하겠다. 그렇다면 좋은 결과가 저절로 따라올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공헌한다면 김상수는 3할 타율보다 더욱 값진 어드밴티지를 안고 시상식장으로 향할 수 있다.
 
크지 않은 체구로 팀의 내야진을 이끄는 공수겸장 유격수들. 이들은 체구가 작아도 기본기를 제대로 갖췄다면 충분히 프로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짧은 다리의 역습'을 펼치고 있는 3인방 중 과연 누가 12월 시상식장에서 환한 웃음을 지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사진> 이대수-김선빈-김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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