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축하' 플래카드로 인해 축구계가 시끄럽다. 몰지각한 팬으로 인해 한국 축구가 일본 축구에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이르게 됐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 있다. 일본 축구에 사과는 전하지만 차제에 그동안 문제가 돼 왔던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하지 않을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세레소 오사카(일본)에 3-4로 패한 전북은 지난 27일 홈 2차전에서 6대1 대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은 이날 승리로 ACL 4강에 진출하며 두개의 우승을 거뭐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경기장을 찾은 팬이 관중석에 '일본 대지진을 축하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몰지각한 행동이다. 전북 구단에 따르면 경기 시작 20분쯤 지나 세레소 측에서 플래카드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항의해와 바로 철거했다. 하지만 일본 사진기자들이 이미 그 장면을 찍었고 나중에 기사화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전북은 28일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사과문을 올렸다. 또 세레소 오사카 구단에도 이철근 단장 명의로 유감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구단은 이번 플래카드를 내건 팬을 적발해 축구장 출입 금지 및 형사고발까지도 고민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 팬은 현재 구단에 자수 아닌 자수를 한 상황.
일 처리가 시원했다. 전북 서포터스 연합인 MGB(Mad Green Boys)도 사과의 인사를 전했다. 세레소는 이번 일에 대해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식적으로 항의했다. 전북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AFC에 유감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일로 다시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바로 일본 축구팬들의 행태에 대한 것. 전주월드컵경기장서 벌어진 몰지각한 국내 팬의 행태도 분명히 문제가 있지만 일본 대표팀을 응원하는 팬들이나 J리그의 서포터스들도 평소 분명 잘못을 범하고 있다. 그들이 심심찮게 응원도구로 사용하는 욱일승천기가 바로 그 것.
욱일승천기는 2차 세계대전 패배 이전부터 일본의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욱일승천기가 현재 사용되는 곳도 일본 자위대 정도. 하지만 이들은 버젓이 경기장에 들여와 응원을 하고 있다. 일본 대표팀의 경기가 열리는 곳이나 J리그 팀들의 서포터스들도 욱일승천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짚고 넘어간 적이 없다. 물론 대한축구협회나 프로축구연맹도 이들의 행태에 대해 잘못을 지적하지 않았다. 특히 이들의 행태가 도를 넘은 경우도 있었다. 바로 지난 1월 2011 카타르 아시안컵 4강 한일전.
당시 골을 넣은 뒤 일본인을 비하하는 듯한 '원숭이 세리머니'를 펼쳤던 기성용은 경기를 마친 후 관중석에 내걸렸던 욱일승천기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은 기성용의 세리머니에 대해서만 문제를 삼았고 사과를 하라는 적반하장의 입장을 내놓았다.
군국주의를 상징하는 일본의 욱일승천기는 사용이 금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정서를 반영할 때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분명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일부 몰지각한 축구팬의 행동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만약 다시 ACL 혹은 한일전서 욱일승천기가 보인다면 그것에도 그 이상 가는 철퇴가 가해져야 한다.
이번 전주 사건은 전적으로 우리 측의 잘못이나 차제에 그동안 일본이 갈등을 야기했던 부분도 바로 잡자는 것이다. 모두 다 앞으로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10bird@osen.co.kr
<사진>지난 1월 아시안컵 일본전서 기성용이 골을 넣고 카메라에 다가가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