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긋나, 오늘은 무조건 이기야 된다".
1999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7차전.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명경기로 지금까지 회자되는 그날 경기에서 당시 롯데의 주장 박정태는 선수단을 불러 모으고 지금까지 회자되는 저 말을 하며 선수단에 투지를 불어 넣었다. 그리고 롯데는 연장 승부 끝에 결국 6-5로 삼성에 승리를 거두고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2011년 9월의 마지막 날, 롯데는 또 한 번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를 앞두고 있다. 사직구장에서 벌어질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는 지난 14일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故 최동원 전 감독의 '11번' 영구 결번식을 겸한 추모 경기로 치러진다. 이른바 '최동원 데이'로 지정된 30일 경기에서 롯데 선수단은 반드시 승리를 거둔다는 각오다. 또한 롯데가 이날 승리를 거둔다면 SK 와이번스와의 2위 싸움에서 매우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롯데는 선발 마운드에 우완 라이언 사도스키(11승 8패 평균자책점 3.74)를 올려 두산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잡아내겠다는 각오다. 이에 맞서는 두산은 우완 신인 안규영(1패 평균자책점 8.47)을 내세웠다.
▲ 반드시 최동원 선배의 영전에 승리를
롯데는 故 최 전 감독이 세상을 떠났던 지난 14일 대구 원정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전 주장 조성환은 "반드시 승리를 거둬 최동원 선배님의 영전에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경기 결과는 5-8 패배. 1회 6실점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패하고 말았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16일, 故 최 전 감독의 발인식이 있던 날 역시 롯데는 청주구장에서 9회말 카림 가르시아에게 끝내기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한화 이글스에 10-12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그날 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을 기록했던 이대호는 홈런의 기쁨 대신 "3연타석 홈런은 팀이 패해 큰 의미가 없다. 오늘은 최동원 선배 발인일인데 함께하지도 승리하지도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제 롯데 후배들은 선배를 보내는 마지막 인사를 하는 날 만큼은 승리로 보답하고자 한다. 롯데 선수단은 입을 모아 "반드시 우승을 차지해 선배의 영전에 바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을 떠난 날과 발인식이 있던 날 모두 승리를 바치지 못했던 만큼 세 번째 기회는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다.
▲ '1승만 더', 2위가 보인다
롯데 선수단이 필승 의지를 다지는 데는 선배에 대한 예우도 있지만 동시에 순위 싸움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경기이기 때문이다. 롯데가 경기가 없던 주중 3경기에서 SK는 1승 1무 1패를 기록해 점차 2위 싸움의 무게추가 롯데 쪽으로 기울고 있다. 29일 현재 2위 롯데(68승 5무 56패, 승률 .548)와 3위 SK(67승 3무 57패, 승률 .540)는 1경기 차이. 롯데가 만약 앞으로 남은 4경기에서 2승 2패만 거둬도 SK가 뒤집기 위해서는 남은 6경기에서 5승 1패를 거둬야 한다. 롯데는 5할 승부만 해도 되지만 SK는 8할3푼3리의 싸움을 해야하는 것.
게다가 SK는 선두 삼성과 3경기, 4위 KIA와 3경기를 앞두고 있어 두산 1경기, 한화 3경기를 남겨둔 롯데보다 험난한 일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가 만약 30일 두산과의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다면 한화와의 잔여 3경기에서 모두 패한다고 해도 SK는 4승 2패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한다. 최근 10경기에서 4승 1무 5패를 거두고 있는 SK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준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 우승을 거둔 사례는 지난 2001년 두산이 마지막이다. 이제는 최소한 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에 직행해야 우승을 노릴 수 있다. 故 최 전 감독에게 "우승 하겠다"고 약속했던 롯데에 이날 승리가 더욱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2년 전 롯데의 선배들은 주장 박정태의 한 마디에 투지를 불태워 승리를 거뒀다. 투지로 뭉친 후배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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