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꽉 조여진 경쟁에서 탈출했다. 조금 한숨을 내쉰 후 이제 최고의 무대에서 펼칠 기량에만 만전을 기하면 된다. 그러니 조금 풀어질 만도 하다.
이 때문에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은 삼성이 우승을 한 후 느슨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특히 2위 싸움이 한창인 SK에게 롯데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SK가 29일부터 삼성과 4경기를 잇따라 하는 만큼 롯데보다 좀더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이 좀처럼 긴장을 풀지 않았다. 또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29일 문학 SK전에 앞서 만난 류중일 삼성 감독은 평소처럼 여유가 넘쳤다. 전날 5-2로 승리한 두산전에 대해 "올해 가장 편안한 경기였다. 시범경기 때보다 오히려 더 편안하게 경기를 봤다"는 류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큰 경기가 남았으니 최선을 다해 경기하라'고 말했다"면서 "경기 감각을 유지하고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해 경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위에서 자주 말하는 '져주기'에 대한 의혹을 예봉했다. 이를 위해 삼성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류 감독은 다시 한 번 1984시즌의 아픈 과거를 일부러 언급했다. 당시 전기리그 1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던 삼성은 OB를 피하기 위해 롯데를 택했다. 6-0으로 일방적으로 앞서던 경기를 내줬다. '져주기'라는 비판 속에서도 스스럼 없이 롯데를 선택한 삼성이었다. 하지만 최동원이 홀로 4승을 거둔 역투에 3승4패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류 감독은 "당시 대학생이었지만 너무 심하다 싶었다"면서 "만약 그 때 삼성이 그러지 않았다면 아마 해태 만큼 우승했을 것이다. 프로야구 역사 바뀌었을지 모른다"고 뼈있는 농을 던졌다. 공교롭게 상대 SK 사령탑이 바로 당시 1984시즌 삼성 멤버였던 이만수 감독대행이었다.
"솔직히 롯데, SK, KIA 누가 올라와도 부담되기는 마찬가지다. 그 팀마다 장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져주기에 대한 시선에 경계를 나타낸 류 감독은 "오승환을 오늘도 대기시키겠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27일과 28일 이틀 연속 등판한 바 있다.
실제로 이는 현실로 나타났다. 박석민과 조동찬의 적시타를 앞세워 3-0으로 앞서던 삼성은 정상호의 투런포와 대타 박진만의 희생플라이로 맹추격에 나선 SK에 균형을 허락했다.

이날 삼성은 정현욱을 투입한 후 한국시리즈 조커 정인욱까지 투입했다. 타선은 막판까지 베스트에 가까웠다. 총력을 선언한 SK에 끝까지 꼬리잡히지 않았다.
SK 입장에서는 여간 버거운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을 2위 싸움에 맞춰 놓고 있는데 이날 SK는 삼성과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무승부. 승률은 제자리 걸음을 했고 2위 롯데와도 승차를 '1'로 유지했다.
이제 롯데가 남은 4경기에서 전승을 거두면 SK 입장에서는 남은 6경기를 모두 이겨도 2위로 올라설 수 없다. 롯데가 반타작인 2승2패만 해도 SK는 5승1패를 해야 한다. 앞으로 삼성과 3경기를 더 치러야 하는 SK 입장에서는 답답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컴백 전력보다 부상 전력이 더 넘쳐나는 SK 입장에서 삼성은 가장 버거운 상대일 수 있다. 지난 시즌 4전패로 한국시리즈를 넘겼던 삼성이 더 크게 성장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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