룸나인 "팬들과 나는 서로 선물 같은 존재" [인터뷰]
OSEN 황미현 기자
발행 2011.09.30 15: 51

목소리만 들어도 '아 이 사람 랩하는구나'를 알게 하는 힙합 가수가 등장했다. 해석하면 '방구'라는 친숙한 이름을 가진 룸나인이 그 주인공이다.
30일에 만난 룸나인은 느낌있는 턱수염과 듬직한 체구를 가진 옆집 오빠같은 분위기를 풍기며 인사를 건넸다. 첫인상부터 힙합가수 느낌을 풍기는 룸나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먼저 룸나인이 지난 22일 발매한 첫번째 미니앨범 '러브 파트1'이 궁금했다. 특히 여성의 마음을 울리는 곡 '세이'와 '너구리'가 그랬다.
"작곡은 마트로스라는 친구가 하고 작사는 다 내가 했다. 타이틀 곡은 '굿바이'라는 빠른 템포의 곡이다. 곡 '세이'와 '너구리'는 여성분들이 많이 좋아해주신다. '세이'에서는 여성 피처링이 들어갔는데 이번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서 코러스를 했던 실력있는 싱어다. '너구리'는 내 실제 이야기다."

'너구리'의 가사에는 새벽녘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끓여먹던 라면을 회상하며 현재는 떠나고 없는 그녀를 그리워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룸나인은 '너구리'에서 마치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듯이 진솔하게 노래해 듣는 이에게 감동을 전한다.
"올해 초 3년동안 사귀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정말 슬퍼서 거의 두 달을 술로 살았다. 나중에는 주변 사람들이 술 때문에 힘들어했을 정도였다.(웃음) 여자친구가 라면을 잘 끓여줬었는데 부가적인 재료를 넣지 않아도 정말 맛있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후 어느 날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는데 여자친구 생각이 나 숨죽여 울었다. 이별 후에는 정말 뭘 해도 슬픈 것 같다. 라면을 먹어도 슬프고 김치를 먹어도 슬프다."
룸나인은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많은 생각을 내포하고 있었다. 30살의 나이보다 더 연륜이 느껴지는 그의 과거가 평범하지는 않았다. 그는 고교생활을 '쿨하게' 청산한 이력이 있었다.
"학교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고 건방졌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땐 그랬다. 선생님이 체벌을 하는 것도 정말 이해할 수 없었고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었다. 그래서 체벌 후에 집으로 가버린 적도 많았다. 반항아 기질이 좀 심했었던 것 같다. 물론 지금이야 학교에서 공부 빼고도 인간관계 등 배울 것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때는 '나 친구도 많고 인간관계도 좋아'라며 학교에 가지 않게 됐고 결국 자퇴했다. 이것 때문에 부모님 속을 정말 많이 상하게 했다."
고교 자퇴 후 아르바이트 생활을 하던 룸나인은 많지 않은 월급을 받고 동대문으로 옷을 사러 갔다가 무대 위 힙합 공연을 보게 됐다고 했다. 그 공연은 룸나인에게 '내 길은 이것이다'라는 생각을 안겼고, 19살 때 본격적으로 힙합에 입문했다고 전했다.
"그 공연을 본 후에 '아 내가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옷이나 사러 다니고 대체 뭐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친구가 홍대 힙합하는 분들을 소개해줘서 그 자리에 갔고 그때 MC스나이퍼를 만나게 돼 인연을 이어왔다."
트위터를 하는 룸나인은 거의 모든 팬들의 멘션에 일일이 답변해주는 자상한 면모를 가지고 있다. 룸나인은 이것은 팬관리가 아니라 '받은 만큼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요즘 트위터를 부쩍 열심히 한다. 팬들이 내 CD를 산 후 트위터에 인증샷을 올리기도 하고 음악이 좋다고 말해주기도 한다. 그건 나에게 선물과 같다. 내 음악은 비록 돈주고 파는 것이지만 팬들에게는 이것이 선물이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음악으로 팬들에게 선물을 주고 팬들은 나에게 '음악이 좋다'고 말해준다. 이것은 서로에게 선물과 같은 일이다. 그래서 SNS를 통해 음악 외적인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 생각 같아선 전화라도 해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웃음)"
룸나인은 꿈이 소박한 힙합가수였다.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욕심이 없어야 더 행복하다는 룸나인은 진정 음악으로 사는 가수 였다.
"욕심이 크게 없다. 돈에 대한 것이라든지 성공에 대한 욕심이 크지 않다. 이번 앨범을 통해 그저 '룸나인이라는 힙합가수가 있구나' 정도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딛으며 음악과 팬들을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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