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도가니’가 개봉 4일 만에 100만 돌파, 일주일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서는 등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영화적 흥행 뿐 아니라 영화 개봉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지난 2005년 실제 벌어졌던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재조사 요구 여론이 뜨겁게 들끓고 있고, 피해자들의 인권 회복을 위한 서명 운동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전국에 ‘도가니’ 광풍이 일자 지상파 뉴스에서까지 ‘도가니 신드롬’을 보도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이 만만치 않다.

사실 ‘도가니’는 출간 전부터 온라인상에 연재되며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공지영 작가의 동명의 소설(2009년)을 영화화 한 작품. 무진의 한 청각장애학교에 새로 부임한 미술교사가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대당하던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밝히는 과정을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소설 출간 당시에도 ‘도가니’는 여론을 들끓게 할 정도로 사회적 이슈가 됐지만 영화화 된 현재만큼의 위력을 갖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소설 ‘도가니’와 영화 ‘도가니’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공유가 맡은 주인공 ‘인호’는 사실 소설 속에선 더 무력하고 나약한 소시민으로 그려진다. 극 중 육체적, 성적으로 학대 받는 아이들을 위해 진실을 찾아가는 신입 미술교사 ‘인호’는 아내의 등쌀에 떠밀려 무진 학교로 내려와 사건의 실체를 알고 전면에 뛰어들지만, 결국 가정을 위해 어떤 과감한 액션도 취하지 않고 조용히 상경하는 인물이다.
반면 영화 속 ‘인호’는 좀 더 과감하게, 직접적으로 사건과 맞서 싸운다. 소설 속 주인공처럼 결코 영웅 행세를 하진 않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나선의 중심에 나서 피해자인 학생들을 돕는다.
그 과정에서 관객들은 독자들이 느꼈던 주인공에 대한 아쉬움보다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려는 용기를 얻고 더 뜨거운 공분을 느끼게 된다. ‘나도 인호처럼 피해 학생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지 않을까’란 공감대가 훨씬 쉽게 형성될 수 있는 것.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행위, 주변 사람들에게 영화를 추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회 참여에 대한 의지를 더 쉽게 느낄 수 있다.
영화 ‘도가니’가 소설에 비해 사회적으로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었던 건 아동 성폭력이란 사건에 있어 영상이 활자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갖기 때문이기도 하다. 눈으로 사건을 접한 독자보다 오감으로 사건의 충격을 전달받은 관객들이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공분을 느낄 가능성이 더 높다.
사실 영화 ‘도가니’는 소설보다 오히려 사건 전개의 속도감이 떨어진다. 오히려 소설 ‘도가니’가 영화보다 더 원색적이고 선동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영화에 출연한 배우, 제작진이 사전에 “사건을 영화적으로 극대화시키기보다 있는 그대로 담담히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진실을 전달하려 했다”고 밝힌 것처럼 영화는 묵묵히 절제된 어조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간다.
현재 전국에 불고 있는 ‘도가니’ 열풍은 실화가 갖는 충격, 영화가 전달하려는 진중한 의미가 맞물려 생긴 반향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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