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들 알려진 사실이지만,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홈런을 하나 칠 때마다 헬멧 오른쪽에 야구공 모양의 작은 스티커를 붙입니다.
롯데에서는 이대호 뿐만 아니라 홍성흔, 강민호 등도 스티커를 붙이는데요. 지난해 44개의 홈런을 기록했던 이대호는 헬멧에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스티커로 빽빽했는데요. 올해 기록하고 있는 27개의 홈런도 많은 숫자지만 지난해와 헬멧을 비교해보면 약간 빈 공간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이대호는 지난 9월 21일 사직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이 '홈런 스티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올 시즌 역시 이대호와 홍성흔은 홈런을 칠 때마다 스티커를 같이 붙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홍성흔은 시즌 초 홈런이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하는데요. 이에 대한 이대호의 증언은 이렇습니다. "(홍)성흔이 형이랑요, 시즌 초에 스티커를 같이 붙이기로 하고 홈런 칠 때마다 전 스티커를 열심히 붙였죠. 근데 제가 스티커를 한 20장 붙였을 때였나, 그때 성흔이형 헬멧을 보니깐 스티커 딱 두 개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 성흔이 형이 저한테 웃으면서 '야, 떼'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스티커 어떻게 했냐고요? 당연히 저는 계속 붙였죠. 지금은 성흔이 형이 한 6개 정도 붙였을 거에요." 사실 이 홈런 스티커는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시제품이 아닌 특수 제작 스티커라고 합니다. 바로 롯데 장재영 트레이닝 코치의 부인이 직접 만들어서 선수단에 전달한다고 하는데요. 선수단에 필요할 때마다 손수 제작해서 가져다주는데 1년에 100개도 쓰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대호는 9월 16일 청주 한화전 이후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한창 홈런왕 경쟁을 벌이던 최형우에 역전을 당해 2위에 머물러 있었죠. 홈런이 나오지는 않지만 꾸준히 팀을 승리로 이끄는 타점을 올리며 만점 활약을 보이고 있던 이대호도 쉽사리 터지지 않는 홈런포가 조금은 아쉬웠나 봅니다.
그래서 "앞으로 남은 시즌동안 저랑 (강)민호랑 둘이 합쳐서 5개도 못 붙일 것 같다"고 약한 소리를 했었죠. 그렇지만 언제 아쉬운 소리를 했냐는 듯 이대호는 9월 22일 SK와의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3-2로 아슬아슬하게 앞서있던 7회 쐐기 스리런을 터트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이대호의 홈런포에 힘입어 경기를 잡은 롯데는 9월 30일 현재 SK와의 2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이대호는 홈런 27개, 최형우는 29개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이대호가 '강민호와 합해서 홈런 5개' 발언을 한 이후 이대호가 홈런 하나, 강민호가 홈런 하나씩 추가했습니다. 이제 정규시즌 3경기를 남겨 둔 이대호가 헬멧 빈자리에 스티커 세 개를 더 붙여 30개를 채울 수 있을까요. 시즌 종료를 앞둔 지금 홈런왕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